부산에서 활동하던 연극연출가 이윤택(62)이 서울에서 이름을 알린 작품은 ‘길 떠나는 가족’이었다. 1991년 극작가 김의경과 손잡고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일생을 다룬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당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연출의 힘’이라는 호평도 쏟아졌으나 이윤택은 연출상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다른 연출가의 손을 거쳐 몇 차례 공연된 이 작품이 23년 만에 이윤택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는 24일부터 7월 1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무대를 올린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이윤택은 “사실 이중섭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었고, 시골에서 올라왔더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나의 존재를 알리려고 올린 무대”라고 털어놨다.
초연 무대는 연극에 미장센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무대장치 대신 무대연출가 이영란이 만든 여러 오브제가 등장해 공감각적 이미지와 리듬을 불어넣었다. 이중섭 역할을 맡았던 김갑수는 이 무대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각인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현준(36)이 주인공을 연기한다. 키가 크고 선 굵은 얼굴이 이중섭을 닮았다.
23년 만에 올리는 무대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극중 등장하는 ‘길 떠나는 가족’ 등 이중섭의 그림들은 배우들이 각종 오브제를 이용해 그럴 듯하게 재현한다. 대표작 ‘소’의 경우 지현준이 직접 그려 보인다. 지현준은 “두 달 넘게 그림을 그리고 찢기를 반복해 그림실력이 제법 늘었다”며 “평생 가족을 그리워하며 열정의 삶을 산 이중섭의 예술혼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윤택은 “우리 연극이 너무 새것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얼마 전 오태석 선생님 30주년 기념작 ‘자전거’에 출연하려는 배우가 없었는데 나이 많은 분들을 왜 이렇게 박대하는지 화가 나더라”고 했다. 이어 “쓸 만한 것은 계속해서 새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게 문화축적 아닌가. ‘길 떠나는 가족’을 다시 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람료 2만∼5만원(1644-2003).
이광형 선임기자
23년 만에 연출가 이윤택과 다시 만난 ‘연극 이중섭’
입력 2014-06-17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