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회고전 여는 中화가 장샤오강 “잘 팔리는 작가? 예술적 가치 봐달라”

입력 2014-06-17 02:13
대구미술관에서 한국 첫 회고전을 여는 중국작가 장샤오강. 대구미술관 제공
장샤오강의 '여자와 어린 아이'(2012)
'혈연-대가족'(1995)
중국의 현대미술가 장샤오강(56)의 그림 ‘혈연-대가족’이 지난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9420만 홍콩달러(약 125억원)에 팔렸다. 그의 작품 최고가는 300억원대로 알려졌다. 위에민준, 쩡판츠와 함께 그림값이 가장 높은 중국 작가인 장샤오강이 9월 1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회고전 ‘Memory+ing’를 연다. 한국 공공미술관에서 개인전은 처음이다.

14일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매우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호주 전시에 이은 두 번째 회고전으로, 신비스런 느낌의 초기작부터 전통회화를 재해석한 근작까지 105점을 선보인다. 그는 “30여 년간 그려온 작품의 주제를 하나로 정리하긴 어렵지만 모든 작품에는 생명과 시대와의 관계가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장샤오강은 1980년대 중국 미술계의 주류였던 사회주의적 사실 화풍을 거슬러 서구 모더니즘의 전위성을 수용했다. 60∼70년대에 걸친 문화혁명, 89년 천안문사태 등 혼란기를 겪으며 슬픔과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중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격동의 현대사를 가족사진 형식으로 담아낸 ‘혈연-대가족’ 시리즈가 대표작이다.

-30년간 작업의 전체적인 흐름은 무엇인가.

“그간의 작업을 하나의 주제로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시기마다 다른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감정도 다 다르다. 지금 이 시대는 사람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회고전의 방향을 하나로 말하라면 생명과 시대 간에 형성되는 관계 또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혁명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문화혁명 당시 중국은 폐쇄된 국가였고 외로웠다. 공산당 이념교육을 주로 받던 시대였고 중국 밖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처음으로 인상파 화풍을 알게 된 것은 대학 2학년이던 21세 때였고, 고흐 작품을 처음 본 때가 대학 졸업 후인 24세 때였다. 이번 전시는 한 명의 중국 예술가가 서양미술을 알게 돼 자아를 찾아가는 단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작품에 표현한 가족의 의미는? 인물의 얼굴에 빛과 얼룩을 그렸는데?

“1990년 초반 ‘나는 누구인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고민에 휩싸였다. 때마침 들른 고향 집에서 부모님의 옛 사진을 보고는 국가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작업 모티브가 됐다. 빛 또는 얼룩 모양은 시간의 흔적이라 말할 수 있다. 내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고통, 절망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경매에서 100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내놓는 그에게 “돈은 많이 벌었나? 작가로서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었다. 장샤오강은 “경매 가격과 화랑에서 실제 팔리는 금액은 다르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가가 아니라,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얼마인가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내 내면을 모두 그림으로 표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답했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여름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 회고전으로 33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입장 수입은 10억원에 달했다. 지역 미술관으로서는 보기 드문 흥행이었다. 김선희 관장은 “지방에서도 세계적인 작가의 좋은 전시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구사마에 쏠린 열기가 장샤오강에게 이어질지 관심이다. 관람료 2000∼5000원(053-790-3000).

대구=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