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상 선박과 충돌 2000t급 화물선 침몰… 골든타임 10분 만에 전원 구조

입력 2014-06-16 02:30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2000t급 외국 화물선이 10분 만에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15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2시32분쯤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동쪽 약 55㎞ 해상에서 제주선적 화학운반선 거영 스카이호(498t·승선원 9명)와 캄보디아 국적 화물선 호프 1호(1945t·승선원 14명)가 충돌했다. 부산을 떠나 대만으로 향하던 거영 스카이호의 선수 뱃머리가 코일 1600t을 싣고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호프 1호의 선수 왼쪽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호프 1호는 선체가 찢겨진 채 충돌 10분 만에 90m 깊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당시 자동항법으로 운항 중이던 호프 1호는 조타실에 중국인 항해사 1명만 남겨둔 채 선원들은 모두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조타실에 있던 중국인 항해사는 사고 순간 허둥대지 않았다. 그는 즉시 선내 방송을 통해 사고 소식을 알린 뒤 선실로 뛰어가 잠을 자던 선원 13명을 깨워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즉시 갑판으로 나와 대피할 것을 주문했다. 충돌 직후 배를 빠져나올 골든타임이 10분에 불과했지만, 항해사가 당황하지 않고 선원들을 챙겼다.

이 같은 모습은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의 행동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시 선장 등은 수백명의 소중한 생명을 뒤로한 채 자신들만 살기 위해 기울어져가는 배를 빠져나왔다.

사고 소식을 접한 여수해경도 경비정 517함을 현장에 급파해 거영 스카이호와 호프 1호 선원들의 구조조치와 관련한 교신을 이어갔다. 거영 스카이호는 517함과의 교신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든 호프 1호 선원들에게 줄사다리를 내려 전원을 구조했다.

여수=김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