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년 원점 맴돈 우리銀 민영화… 이번에도 주인 못찾나

입력 2014-06-16 02:23

정부가 오는 23일 우리은행 매각 절차를 발표한다. 우리은행 매각에 ‘직(職)을 걸겠다’고 선언했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미 우리은행의 경영권을 갖고자 하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지분 30%를 일반경쟁 입찰로 매각하고, 나머지는 투자자별로 10% 미만씩 써낸 희망수량으로 쪼개 판다는 방식을 공식화했다. 이른바 ‘투트랙 매각’이다. 2010년 7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시작한 이래 3차례의 매각 실패를 겪어본 정부의 고민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우리은행의 새 주인이 찾아질지, 정부가 공적자금 5조7000억원을 다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높지 않다.

◇사실상 ‘일괄 매각’ 선택한 정부=신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은행 매각 방식에 대해 “두 그룹으로 나눠서 경영권에 관심 있는 그룹에 지분 30%를 매각하고, 재무적 투자자 그룹에는 10% 미만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지분은 56.97%. 이 중 30%는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두 곳 이상이 경쟁에 참여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에 팔고, 나머지 26.97%는 투자자별로 10% 미만 한도 내에서 원하는 수량만큼 살 수 있는 희망수량입찰 방식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30% 지분을 사들이는 그룹을 별도 경쟁시키기로 한 데는 확실한 경영권을 갖는 지배적 대주주를 탄생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당초 ‘10%’를 기준으로 경쟁 방식을 나누려던 방안을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현실적으로 30% 이상 일반경쟁입찰에 응하고 나설 당사자가 있느냐다. 정부가 과거 3차례나 시도했던 우리금융 매각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도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체 지분의 30%라 해도 3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한 거대 투자다. 정부가 내놓은 매각방식이 사실상 일괄매각과 다름없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게다가 현재 시장에서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그나마 교보생명뿐이다. 그런데 교보생명의 인수 여력은 1조원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0% 지분 인수에 나서려면 다른 재무적 투자자와 손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 투자자는 추후 상장 등으로 지분 가치가 오르면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는 저해된다.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한다 해도 다른 경쟁 입찰자가 없으면 입찰 자체가 무산된다. 현행법상 일반경쟁입찰은 복수 후보가 들어와야만 거래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주인 찾기 포기?=경쟁입찰이 무산될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교보생명도 입찰 참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10% 미만 지분 투자 기회까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일반경쟁입찰 무산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복수 경쟁자가 없으면 유찰된다. 유찰되면 복수 입찰자가 나올 때까지 30% 부분만 다시 팔면 된다”고 언급했다. 이번 매각에서 반드시 주인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교보생명이 애초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입찰방식을 선택한 데는 한 곳에 몰아주기를 했다는 ‘특혜시비’를 피하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애초 10%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교보생명의 참여는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15일 “소위 말하는 각종 논란을 실무적으로 피할 방법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반경쟁입찰 부분의 통매각이 실패하면 결국 우리은행의 대주주는 정부로 남는다. 10% 미만 희망수량 입찰 분량을 다 파는 데 성공한다 해도 예보 지분 30%가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유효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방안 중에는 정부가 사모펀드의 참여를 허가하는 방안 정도지만 외국계 사모펀드에 거대 은행을 넘기는 방안도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부가 최종 구체안을 내놓기까지 1주일이 남았지만 지금 나온 방안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확실한 대주주를 확보해주지 않는 매각은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와 주인 없는 은행의 여러 폐단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이 높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은 더 이상 논의할 것도 없을 만큼 오래된 문제”라면서 “결국 결정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떤 결론도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데 ‘몸사리기’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직을 걸겠다고 했던 신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도 최근 ‘우리은행 매각의 5대 불가론’을 내고 “주인 없는 은행, 정부가 지배주주인 현행유지 등은 안 된다”고 밝혔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