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7·30재보선… 야권 잠룡 막후 혈투

입력 2014-06-16 02:01
7·30 재·보궐선거는 야권 잠룡들의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자신 혹은 측근들의 공천을 둘러싼 피 말리는 막후 전쟁이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러지는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이다. 잠룡들로선 정치 재개의 기회가 될 수도, 반대로 무덤이 될 수도 있다.

◇갈 길 바쁜 용들, 뒤엉켜 있다=안철수 공동대표와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은 갈 길이 바쁘다. 정치적 위상이 예전만 못해 이번 재보선에서 반전을 꾀해야 한다. 그러나 셋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이들은 ‘중진 선당후사론’ 논쟁을 계기로 이미 공천 싸움에 돌입했다. 안 대표는 15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중진이) 선거에 나가는 것도, 나가지 않는 것도 당을 위한 길”이라고 말한 손 고문의 발언에 대해 “다 맞는 말씀”이라고 했다. 얼핏 선문답처럼 들리지만 그의 속뜻은 재보선 중진 불출마론이다. 반면 손 고문은 중진 출마론에 의중이 실려 있다.

안 대표는 6·4지방선거에서 희미해진 ‘새 정치’ 깃발을 다시 내세우고 싶어 한다. 새 정치는 새 인물로 설명하기가 가장 쉽기 때문에 ‘올드보이’ 공천을 가급적 피할 가능성이 높다. 올드보이를 쳐내야 자기 측근들에게 공천을 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안 대표의 중진 선당후사론도 당을 위해 출마하지 말고 선거를 돕기만 하라는 뉘앙스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계 복귀를 노리는 손 고문과 정 고문은 입장이 다르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 고문은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내리 5선을 했던 수원병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여당의 텃밭에서 정면승부를 벌여 올드보이 귀환에 대한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1년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 승리로 순식간에 강력한 대권 주자로 부상했던 영광을 재현하는 전략이다. 수원을과 정은 야권이 다소 유리해 손 고문이 수원병을 이길 경우 수원 3곳 싹쓸이라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손 고문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대목이다.

정 고문은 보궐선거가 확정된 서울 동작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18대 동작을, 19대 강남을에서 연거푸 낙선한 그로서는 명예회복과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키기 위해서도 출마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광주시장 선거에서 안 대표와 극심한 각을 세웠던 손 고문과 달리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를 적극 지지하며 코드를 맞춰놓은 상태다.

◇지켜보는 용들, 실리 챙길까=문재인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다소 여유롭다. 박 당선자와 안 당선자는 현직 광역단체장이라 선거에 직접 개입할 여지도 없다. 문 고문과 박 당선자는 지방선거 이후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돌아가며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1위에 올랐다. 문 고문은 부산 해운대·기장에서 열리는 보궐선거 지원에 충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여당의 텃밭인지라 부담이 없다. 박 당선자는 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광주 광산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 당선자는 재선 성공으로 잠룡군에 확실히 이름을 올렸다. 한때 안 대표의 멘토로 불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안 당선자에게 정치철학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선물했다고 한다. 안 당선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군주론’은 동양으로 치면 제왕학일 것”이라며 “추천하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으실 터 정독하겠다”고 적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