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중앙은행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다 있으니까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주면서 경제 흐름, 전망에 관한 인식의 간극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 발표 이후 기재부와의 정책공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최 후보자와) 자주 만나 얘기하고 정보도 나누고 해서 경제 흐름에 관한 인식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이 기재부와 한은의 바람직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 후보자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면서 “최 후보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할 때 내가 부총재보, 부총재 등 집행간부로 국회 업무보고 하러 가서 그냥 먼발치에서 본 그 이상의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와 최 후보자는 연세대 상경대 동문이다. 이 총재가 경영학과 70학번으로 선배고 최 후보자가 경제학과 75학번으로 후배다.
최 후보자 취임 이후 양 기관의 정책공조 핵심은 기준금리 인하 여부다. 최 후보자는 경제 성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와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요인이 크지 않은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우리 경제가 올해 4.0%, 내년 4.2% 등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다면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6월 금통위 직후에는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서 한발 물러섰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이 일시적인 것인지, 통화정책을 바꿔야 할 만큼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6월 지표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6월 소비지표 등이 개선된다면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난색을 표할 공산이 크다. 이 대목에서 기재부와 한은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피케티 열풍’과 관련, 유관 부서에 소득 불평등에 대한 연구를 해보도록 제안한 적이 있다며 “성장잠재력 확충 차원에서 소득 불평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수 차원에서 보면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유효수요를 좀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불평등 정도가 심하고 저소득층이 늘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 장기적으로 인적 자원 양성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한은-기재부 ‘정책 공조’ 주목… 기준금리 결정 등 충돌 소지도
입력 2014-06-16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