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 고도성장 시대를 주도한 옛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성장 위주의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그의 과거 발언을 살펴봐도 이러한 면모를 예측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 금융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완화하려는 입장이라 금융 당국과의 진통이 예상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마지막 자물쇠 푸나=LTV와 DTI 규제 완화는 원래 부동산 업계와 국토교통부가 주장했지만 금융 당국과 기재부가 금융 부실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는 사안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가 부동산 금융규제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나타내면서 LTV와 DTI 비율을 상향 조정해 주택 구입자의 대출 여력을 늘려주는 방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LTV와 DTI 비율을 상향 조정할 경우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려 금융과 가계 동반 부실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에서는 LTV·DTI 개선과 관련,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LTV·DTI 완화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분석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LTV 규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LTV를 50%에서 60%로 확대하면 주택가격은 0.7% 상승하는 데 반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 포인트(2013년 기준 약 29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보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송 연구위원은 “국내 LTV 평균은 49.4%이지만 전세보증금을 합치면 58.7%에 달한다”며 “LTV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가 안정되고 주택담보대출의 질이 개선된 뒤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임대차 선진화 방안 등의 손질 작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대책이 이달 말 발표되는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포함될 수도 있다. 다만 부동산 정책 변화는 야당이 반대할 것으로 보여 입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분배보다 성장, 경제민주화 퇴색 논란 불가피=최 후보자는 경제관료 출신답게 전형적인 성장 중시 시장주의자다. 그의 과거 경제 관련 발언을 보면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복지지출보다는 재정 건전성을, 증세보다는 감세를 강조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2008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대정부 질문에서 “지난 정권(참여정부)이 평등과 분배라는 왜곡된 이념에 지배당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역동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를 풀어주고 세금을 내려 시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업 규제와 관련해서는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12월 “우리나라는 아직도 비영리 의료법인과 비영리 교육법인에 얽매여 있어서 말만 서비스업이라고 했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영리 의료법인과 영리 교육법인을 육성해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에는 고소득층 증세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세제를 정치적 국면에 따라 바꿔서 ‘누더기 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률이 4%대로 진입하면 세수가 늘고 재원 부담도 줄어든다”며 증세보다는 경제 살리기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8월 “묻지마식 경제민주화 입법이 시장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대기업 입찰 제한 입법으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가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아니라 외국계 대기업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ey Word-LTV·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주택가격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부동산 등을 담보로 대출하는 경우 부동산 감정가액의 일정 비율 이내에서 대출하게 하여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수도권의 LTV는 50%, 지방은 60% 이하다.
◇총부채상환비율(DTI)=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도권만 해당되며 서울이 50%, 경기·인천은 60% 이하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최경환 경제팀 정책 기조는] 재정 건전성·감세 강조… 성장 드라이브 예고
입력 2014-06-16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