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TV·DTI가 금과옥조는 아니다

입력 2014-06-16 02:10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대못으로 남아 있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규제를 완화할 뜻을 내비쳤다. 최 후보자는 엊그제 LTV와 DTI를 풀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다”며 “한여름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려서 죽지 않겠나. 한여름이 다시 오면 옷을 바꿔입으면 되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고 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부동산 급등기에 도입한 규제들을 빙하기에도 여전히 놔둔 채 거래가 살아나기만 기다리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노무현정부 시절 도입한 LTV와 DTI는 돈줄을 묶어 부동산값을 잡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요즘 같은 침체기에는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대출상환 능력이 충분하고 집을 마련하려는 실소유주들에게는 대출 여력을 늘려주는 게 타당하다. 다만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만큼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정책이 스펀지처럼 효과를 내려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난해 4·1부동산종합대책에 이어 지난해 말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영구인하 법안이 통과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안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은 다시 얼어붙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물리는 게 당연한 조세원칙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7만7754건으로 1년 전보다 13.7% 줄었다. 반면 여름철 비수기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3일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연간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 분리과세하기로 하는 등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두 번째 수정안을 내놨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한쪽에선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면서 다른 쪽에선 시장을 죽이는 엇박자 정책을 내놓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정부가 수십 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찔끔찔끔 대책이나 오락가락 행정은 시장의 내성과 불신을 키워 역효과를 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에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다. 과거 부동산 급등기처럼 주택 보유가 자산가치 상승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부동산 급등기에 도입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시장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 부동산은 중개업소는 물론 이사업체와 인테리어업체 등 관련 업종이 수십개에 달하고 연관 종사자가 100만명을 넘는다.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돼야 내수가 살아나고 그래야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