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군사작전 태세… 항공모함 걸프만 이동 전폭기·미사일 동원 공습으로 ISIL 진격 저지 검토

입력 2014-06-16 02:44
미국이 이라크 북부와 중부를 장악한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의 진격을 막기 위해 함정과 육상기지를 이용한 공습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미 국방부는 14일(현지시간) 척 헤이글 장관이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을 이라크 인근 걸프만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 해군소장은 “이라크에 있는 미국인의 생명과 이익을 보호하는 데 군사작전이 필요하다면, 이번 항모 이동 명령으로 총사령관(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순양함 필리핀 시(Philippine Sea)와 미사일 구축함 트럭스턴도 부시함과 같이 이동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규모 공습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은 이라크 정부의 몰락을 막는 데는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고 있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전력(戰力)은 도시 게릴라 수준을 훨씬 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상당수의 저격병과 도로 곳곳에 매설한 급조폭발물(IED)로 이라크 정부군을 차례차례 무력화시켰다.

따라서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배제할 경우 전폭기를 이용한 폭격이나 미사일 공격이 유일한 수단이다. 부시함에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4개 편대를 포함해 통상 56대의 고정익 전투기가 배치돼 있다. 필리핀 시함과 트럭스턴함에도 토마호크 순양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을 각각 122발과 96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와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가 동원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로 오랜 숙적 미국과 이란이 ‘같은 배’를 탈지도 주목된다. 같은 시아파 정권인 이라크의 말리키 총리 정부를 지키려는 이란과 테러 집단의 준동을 막아야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테러 집단을 응징하고자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협력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혁명수비대 민병조직 ‘바시즈’ 병력 1500명이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의 카나킨 지역으로, 500명은 와시트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반격에 나서 일부 지역을 탈환하면서 ISIL의 진격 속도가 느려졌다. AFP통신과 신화통신 등은 현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살라헤딘주의 이샤키 마을에서 ISIL을 격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뉴스 데일리비스트는 ISIL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가 2005년 미군에 붙잡혀 이라크 남부 부카기지수용소에 있다가 2009년 여름 석방됐다고 주장했다. 기지 지휘관이었던 케네스 킹 대령은 이 매체에 “부카기지에는 뉴욕 출신이 많았는데 알바그다디가 떠나면서 ‘뉴욕에서들 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며 그의 석방을 안타까워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