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단비 같은 팁을 척척 알려주고 출퇴근길 직장인들을 위로해주는 본격 직장인 만화.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가 지난 6일 연재 3년을 맞았다. 2011년 첫선을 보인 뒤 평균 150만건의 페이지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직장인들의 일상을 코믹하면서 통쾌하게 풍자해 ‘직딩들의 교본’으로도 불린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 가우스전자의 마케팅 3부 구성원들을 주인공으로 15일 기준 748회까지 연재됐는데 소재가 다양하고 현실적이다. 야근과 회식, 사내연애…. 직장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사교육까지 받게 되는 신입사원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의 한 공원에서 만난 곽백수(42) 작가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퇴직 후 창업 등 다양한 직장인 문화를 담으려 한다. 그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군생활 중 취미였던 만화로 진로를 정한 뒤 계속 한우물만 파온 그는 1997년 단편만화 ‘투 맨 코미디-외계인편’으로 데뷔한 뒤 2003년 ‘트라우마’로 이름을 알렸다. 신기하게도 그는 직장생활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체에서 두어 달, 커피전문점에서 한 달 일해 본 게 전부다.
“소재의 80∼90%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찾아내요. 직장에 다니는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죠. 몇 마디 들으면 회사라는 조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감이 오던데요.”
만화 연재 3년에 주 5회 작업이면 힘들 법도 한데 “먹고살려면 앞으로 7년은 더 그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또 “10년쯤 후엔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
“만화는 그릴수록 늘어요. 요즘 만화가 지망생들이 기초를 다진다며 학원도 많이 가던데 그보단 순발력이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본능적으로 눈치가 빠른데 그런 점들이 빨리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싫은 상사라도 장점 하나쯤은 있잖아. 거기에 집중해서 사람을 보면 그래도 견딜만해진대.’ ‘회식의 끝은 다음날 정시 출근이지.’ 주옥같은 대사가 등장할 때 직장인들의 고개는 절로 끄덕여진다.
작품에선 최근 비밀 사내연애를 하던 나래와 상식이가 혼전 임신으로 고속 결혼을 했다. 곽 작가는 “두 사람의 결혼과 임신을 통해 워킹맘과 육아 문제도 다룰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만화를 그리면서 우리 사회 구조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구성원 전체가 이익을 창출해도 오너의 능력으로 포장되고 구성원 개개인에게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를 보면 우리 사회에 비뚤어진 인식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가우스전자’를 읽는 직장인들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직장은 안정, 사업은 모험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안정된 회사생활만을 추구하면 자칫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가우스전자’를 통해 직장인들이 원하는 것에 도전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직장인들 제 만화 보며 조금 더 행복해지길”
입력 2014-06-16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