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번 주 고노(河野) 담화 작성 경위에 대한 검증 결과를 의회에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기존 담화 내용이 훼손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한·일 관계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 담화의 작성 경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검증조사팀을 만들어 작성 경위를 파악해 왔다.
고노 담화는 일본군과 관헌이 위안소의 설치 및 관리와 위안부의 모집·이송에 관여했음을 인정한 내용으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발표했다. 담화에는 특히 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이 명시됐다. 당시 담화는 위안부 피해자 16명과 일본 군인, 조선총독부 관계자, 위안소 운영자, 한·미·일의 공문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하지만 일본 현지 언론들은 15일 이번 검증 결과에 ‘한국에 대한 정치적 배려 차원에서 담화가 작성됐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담화 초안이 작성된 뒤 이를 한국 측에 제시하고 한국이 수정을 요구한 과정 및 대화록도 공개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쟁점 사안인 위안부 모집 주체와 관련된 담화 문구의 작성 경위가 검토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자에 대해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발표했지만, 원래 초안에는 이보다 후퇴한 ‘군의 의향을 전해 받은 업자’로 돼 있었다. 그러자 우리 정부가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수정을 요구했고, 일본은 “군의 지시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해 최종적으로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타협했다는 것이다.
검증 결과에는 고노 담화를 바탕으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2007년 해산)이 설립되고 보상금이 지급된 경위도 언급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밝혔다.
일본 언론 보도대로 고노 담화가 ‘한국에 대한 정치적 배려’ 때문에 작성됐다는 검증 결과가 나온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고노 담화가 100% 역사적 사실에 의해 작성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과거사 해결과 관련해 가장 중요시 하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문제까지 훼손되면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수순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는 자료를 내고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검증이라는 구실 하에 담화를 훼손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한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역사적 진실과 책임에 관한 국내외의 권위 있는 입장과 자료를 적극 제시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日, 고노담화 검증결과 주내 의회 보고
입력 2014-06-1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