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식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문창극 차기총리 후보자가 15일 긴급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요일임에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자신의 집무실로 출근,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자진사퇴 없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가장 먼저 문 후보자는 2005년 3월 중앙일보 컬럼에 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언사에 대해 사과했다. “본의와 다르게 상처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았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분명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누구보다 분개한다”고 강조했다. 또 “왜 일본은 독일처럼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쓴 글”이라며 “금전적 (보상) 내용만 다루는 당시 (한·일)협상을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 한 교회 강연에 대해서도 “일반 역사인식이 아니라 종교적 인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시련을 통해 우리 민족이 더 강해졌고 이를 통해 해방을 맞으며 공산주의를 극복했다”며 “조국통일도 이뤄질 것이라 믿기에 분단의 상황도 아프지만 견딜 수밖에 없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한 칼럼과 관련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비자금 문제 등을 다룬 김 전 대통령 칼럼은 병세가 위중한 상황에서 가족과 그를 사랑한 모든 분께 몹시 서운한 감정을 갖게 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국가 원로가 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을 택한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언론인으로서 지적한 것”이라며 “유족과 지인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게 했다면 송구스럽다”고 했다.
문 후보자는 “참담한 심정으로 며칠을 보냈다. 총리 지명 다음 날부터 갑자기 반민족적 사람이 돼 버렸다”며 “제 진심을 알아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선 민족이 게으르다’고 한 말은 제 이야기가 아니고 1894년 선교사로 온 영국인 비숍 여사의 기행문을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성 수탈에만 열을 올렸던 당시 위정자들 때문에 나라를 잃게 된 점을 지적한 것”이란 해명이다.
주일대사를 마치고 귀국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김포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차떼기 스캔들’ 연루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유나 경위야 어찌됐든 지난 시절 불미스러웠던 일은 늘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문창극 “죄송” “송구” “유감”… 사과로 끝까지 간다
입력 2014-06-16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