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주역 가수 정동하 “결혼하고 나니, 감정 잡는 데 큰 도움돼”

입력 2014-06-17 02:52 수정 2014-06-17 17:32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 한 여인을 사랑하는 18세기 프랑스 귀족 역할을 맡은 가수 정동하. 세련된 무대 매너로 가창력 있는 노래와 섬세한 연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희청 기자
가수 정동하(34)는 귀여운 동생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중을 사로잡는다.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어떤 가수의 노래든지 소화하며 실력을 뽐낸 그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연기와 노래솜씨를 자랑하고 있다. 화제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 주역을 맡아 연습에 한창인 그를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동안 그가 출연한 뮤지컬 무대는 5편이다.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많이 다르죠. 가수로서 무대에 설 때는 항상 관객의 에너지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에요. 방송은 실수를 하면 다시 녹화할 수 있지만 공연은 매번 생방송이어서 조금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으니까 더욱 긴장돼요. 그런 점이 매력적이죠.”

‘두 도시 이야기’는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넘나들며, 사랑하는 한 여인을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정동하는 프랑스 귀족 출신 찰스 다네이 역을 맡았다. 마음에 품은 여인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변호사 시트니 칼튼 역에 비하면 조연급 주연이다. 정동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 만난 왕용범 연출가의 제의로 캐스팅됐다.

“음악성이 굉장히 좋은 뮤지컬이어서 합류하게 됐어요. 제가 맡은 다네이는 귀족 가문에서 곱게 자랐지만 결국에는 가문을 버리고 떠날 만큼 강한 신념을 가졌죠. 아이를 좋아하는 순수한 성격의 소유자로 충분히 매력이 있는 인물이에요.” 지난 1월 결혼한 그는 “아직 아이는 없지만 극중 남편과 아버지의 감정을 잡는 데 결혼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활동도 만만찮은 일일 텐데 뮤지컬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서른 번 정도 이사를 하면서 친구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죠. 사람들과 부닥치고 함께 호흡하고 뒹구는 과정이 없었던 거죠. 자아형성기의 인생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이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무대가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동하는 지난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해설가 역인 그랭 그와르를 맡았다. 섬세한 연기와 감미로운 노래로 갈채를 받았으나 뮤지컬 전문배우에 비해 발성이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대사와 노래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계속 보완해나가는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공연에는 서범석 이건명 한지상 박성환 이혜경 소냐 최현주 김아선 등 가창력 뛰어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정동하는 “선후배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며 “지난 무대를 돌아보면 두 손 다 묶어두고 입만 살아 벙긋거린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감정변화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활의 멤버로 활동하다 최근 독립한 그에게 이 얘기를 꺼내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데 최선을 다한 선택이에요. 뮤지컬도 제가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아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각오를 다지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두 도시 이야기’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