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존재감 미미해진 안철수

입력 2014-06-16 02:23

박근혜정부 2기 진용이 윤곽을 드러낸 요즘, 정치권이 다시 난리다. 순차적으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 총리 후보자 지명,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 교체, 부분 개각을 놓고 야당은 “불통 인사”라고 비판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돋보인 인사”라며 옹호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다.

대여 공격의 선봉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있다. 그는 문 후보자의 과거 발언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상태다. 지난 12일엔 “대통령께서 문 후보자 입장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고, 하루 뒤엔 “박 대통령의 수첩이 아니라 아베 일본 총리의 수첩에서 인사했다는 농담도 나온다”고 몰아붙였다. 15일엔 “상식이 있다면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는 데에도 안 대표가 일조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박 대통령의 3단계 인사 내용이 흡족하진 않다. 화합하고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는 6·4지방선거 민심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이다. 총리 후보자는 보수색이 짙고, 국민감정과 직결돼 있는 대일 역사인식에도 하자가 있는 듯하다. 청와대와 내각에는 친박계가 늘어 예전처럼 대통령 심기만 살피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더라도 안 대표가 미더운 건 아니다. 오히려 이제 낡은 정치에 완전히 물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을 비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야당 내 여느 정치인들도 할 수 있다. 아직도 대권을 꿈꾼다면 그들과 달라야 하지 않은가.

지방선거 직후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안철수 책임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안철수 사람’인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력을 무리하게 쏟아 부은 탓에 경기와 인천에서 패했다는 게 요지다. 그러자 안 대표 측은 “안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안 대표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윤장현 구하기’의 성공으로 정치적 사망선고는 피했지만, 선거과정 내내 이렇다할 만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개혁공천은 구두선에 그쳤고, 광주를 전략공천한 뒤에는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정치초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선거가 끝난 이후 실시된 차기 대권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뒤졌다. ‘안철수보다 안희정(충남지사)’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안 대표가 야당과 국회 내에 자신의 세(勢)를 불리기 위해 7·30재보선을 통해 측근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려 한다는 소식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입장에서 우군(友軍)의 확대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야당이라는 ‘호랑이굴’에 막상 들어가 보니 자신의 손발을 자르려는 호랑이들이 많다는 점마저 확인된 만큼 호랑이들에 맞설 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성(自省)이 먼저 아닐까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응징자처럼 네 탓만 지적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그는 새정치연합에도 책임이 있다며 머리를 숙였었다. 하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선거 와중에는 정권책임론만 제기했다. 선거 직후에는 “앞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국정조사는 표류 중이다.

지방선거 때 투표장에 가지 않은 43%의 유권자들에게 ‘현 정국에서 차기 대권주자인 안 대표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대정부 투쟁? 세월호 국정조사의 조속한 정상화 주도와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서기? 선택은 그의 몫이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