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 D-2] 후반 30분 이후 ‘골든타임’… 러시아 골문 뚫는다

입력 2014-06-16 02:07
“이기기 위해 왔다!”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한국시간 18일 오전 7시)을 치르기 위해 브라질 중서부에 위치한 인구 50만의 소도시 쿠이아바에 입성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브라질월드컵 조직위원회 측이 마련해 준 전세기를 타고 15일 자정 쿠이아바에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다시 한번 러시아전 필승 각오를 다졌다.

러시아는 조직력이 탄탄하고 역습에 능하다. 하지만 후반 막판 체력이 떨어지고, 공격력이 부실한 약점도 안고 있다. 한국은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이어 브라질 베이스캠프인 포스두이구아수에서도 러시아의 장·단점을 분석해 맞춤 훈련을 해왔다.

◇역습 막고 ‘옆구리’를 찔러라=홍명보 감독은 쿠이아바에 오기 전 이틀 연속 고강도 비공개 훈련으로 러시아전의 해법 찾기에 고심했다. 대표팀은 지난 14일 훈련의 초반 15분만 공개한 데 이어 나머지 훈련은 전면 비공개로 훈련을 진행했다.

FIFA 랭킹 19위인 러시아의 강점은 조직력이다.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23명의 선수들은 모두 자국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파와 해외파 간의 갈등이 없고, 호흡이 척척 맞는다.

러시아는 빠른 역습에 능하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최근 노쇠한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 대신 신예 알렉산드르 코코린을 원톱 공격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공격 패턴은 단순하다. 코크린이 부지런히 상대 측면 또는 후방을 누비는 동시에 빅토르 파이출린과 알렉산드르 사메도프가 상대 페널티지역으로 재빨리 침투한다. 이를 반복하다 상대 수비가 순간적으로 뚫리면 측면 크로스나 2대 1 패스로 상대 골문을 공략한다.

러시아는 공격보다 수비가 강한 팀으로 평가된다. 2012년 11월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2대 2로 비긴 이후 A매치 14경기에서 2골 이상을 내준 적이 없다. 14경기에서 9골만 허용해 평균 실점이 0.64골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은 이런 러시아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홍 감독은 그동안 마이애미와 포스두이구아수에서 러시아의 빠른 역습을 막기 위한 수비 훈련과 좌우 측면을 통한 공격루트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러시아의 장신 공격수를 막는 연습에도 공을 들였다.

측면 침투를 노리고 있는 대표팀이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소속팀 레버쿠젠에서도 왼쪽 측면에서 침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손흥민의 침투는 러시아의 조직력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후반 30분 이후는 홍명보호의 ‘골든타임’=막강한 러시아 수비에도 구멍은 있다. 바로 후반 막판에 약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A매치 14경기에서 9골을 내줬는데 이 가운데 4골을 후반 45분 이후에 허용했다. 후반 30분 이후엔 9골 중 5골을 내줬다. 러시아가 후반 막판에 실점이 많은 것은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 탓으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중앙 수비수들의 체력인 탓일 가능성이 더 높다.

러시아 중앙 수비를 맡고 있는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와 바실리 베레주츠키는 30대 초·중반의 나이 때문에 후반 막판에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홍명보호는 경기 후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수비진을 괴롭힐 필요가 있다. 후반 30분 이후는 홍명보호에 ‘골든타임’이다.

러시아 공격진에 해외파가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또 노련한 공수 전개와 경기 템포조절 능력을 뽐내던 주장 로만 시로코프가 무릎 부상으로 낙마해 공격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스노프’는 최근 “불행히도 우리 팀의 최강 멤버는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라며 “시로코프의 부재로 우리 팀의 전술 운용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러시아는 FIFA 미디어 채널에도 공개하지 않는 훈련을 따로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채널 원의 알렉산더 리도고스터 기자는 “선수들이 오전 훈련을 한 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 뒤 오후에도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FIFA는 취재진에게 각 팀의 훈련 스케줄을 매일 공지한다. 러시아 훈련 스케줄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오전에만 한 차례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실제로는 한국과의 첫 경기에 대비해 하루 두 차례 훈련을 소화하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