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의 정식 명칭은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 of South Korea’s Armed Forces)이다. 한반도 유사시 즉 북한과의 전면전쟁 상황에서 한국 군대에 대한 작전 권한을 미군 사령관, 즉 한미연합사령관이 갖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2월 24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작권 환수를 얻어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 군은 들끓었다. 예편한 고위 장성들은 “진보좌파 정권이 안보까지 위협한다”고 난리를 쳤다. 대통령의 결정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던 군 내부도 결코 찬성하진 않았다.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힌 전작권 반환 날짜는 이후 이명박정부에 의해 다시 2015년 12월 1일로 조정됐다. 다시 군은 “그것도 빠르다. 아예 환수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군 지휘부 체계 개선 등 국방개혁안을 밀어붙였다. 6·25전쟁 이후 미군보다 수준이 결코 높지 않았던 우리 군의 작전 역량을 크게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5년의 시간이 흘러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자 다시 전작권 환수 연기 주장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박근혜정부 1기 내각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장수 전 안보실장 등 대표적인 ‘연기론자’들이 선두에 섰다.
2013년 5월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1년이 채 흐르기 전 미국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즈음한 일이었다.
전작권과 관련된 협상에서 미국은 당초부터 우리 정부를 못마땅해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카운터파트’였던 노 전 대통령을 얼마나 못마땅하게 여겼는지는 외교가에 널리 퍼진 사실이다. 성공적이었던 박 대통령의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유독 이 문제는 흔쾌한 미국 측 대답을 듣지 못했다. “자기네가 먼저 요구해놓고, 연기에 또 연기를 해달라니 이해가 안 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스탠스였다.
그런데도 오바마 행정부가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인 이유는 뭘까. 그건 지난 4월 한·미 정상 간 합의 이후 곧바로 드러났다. 바로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한국도 들어오라는 것이다. 세 번이나 ‘당신네’ 요구를 들어줬으니 이번엔 ‘우리’ 이익도 받아내야겠다는 자세다. 소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국가 간 양자 외교를 지배하는 논리 그대로다. 한반도 방위의 최종 책임을 지는 대신 미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이라는 것이다.
미국 MD를 받아들이면 우리 안보와 외교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북한이야 늘 소란을 떠는 축이니 그렇다 쳐도 당장 중국이 문제다. 안 그래도 군비 확장 문제로 미국과 미묘한 갈등에 놓인 중국은 결코 한반도 남쪽 전역에 자신들을 겨냥할 미국 MD가 설치되는 걸 좋아할 리 없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수차례 만나 1년 이상 공을 들였던 ‘중국과의 밀착’ 외교는 MD 하나 때문에 도루묵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돈도 문제다. 최신형 패트리엇-3 요격미사일만이 아니라 미군 기준에 맞는 MD체계 설비와 정보망 등을 다 수입해야 한다. 국방예산이 훨씬 더 들어갈 게 틀림없다. 이쯤 되면 결코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잘한 결정’이라고만 하기 힘들다. ‘되로 받고 말로 주기’, 지금 정부가 처한 상황은 얻어낼 이익보다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큰 꼴이다.
신창호 정치부 차장 procol@kmib.co.kr
[뉴스룸에서-신창호] 전시작전권의 빛과 그늘
입력 2014-06-16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