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아이의 체격이 아닐까 싶다. 또래보다 큰지, 작은지, 보통인지를 살펴보고 크다면 안심을, 작거나 보통이면 일단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요즘 학부모들은 남녀 구분, 학년 구분 없이 자신의 아이가 남들만큼 키가 클지가 근심거리다.
어린이의 키는 전체적인 영양과 성장,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지표다. 따라서 아이의 키와 체중이 정상적인 성장과정 속에 포함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키 순위가 한 반에서 3% 이하에 들만큼 작거나 키 성장 속도가 1년에 4㎝ 이하에 그치고 있다면 성장과 관련해 어떤 병적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선천적인 기형, 외상이나 감염에 의한 변형, 성장 호르몬의 결핍, 유전적 요인, 불규칙한 생활 습관 그리고 만성 질환이 있으면 정상적인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는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본 후 그 결과에 따라 어린이의 건강 상태와 나이, 환경을 고려한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만일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다면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저신장증 어린이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에만 해당될 뿐이다.
또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사춘기 이전에만 유효하다. 여자 어린이의 경우 초경 전 만11∼12세, 남자 어린이는 만12∼13세 전에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춘기 이전에 최종 키 성장의 약 80%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장 호르몬 치료엔 시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치료 시기가 너무 늦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한편 연골무형성증이나 골형성부전증 등 선천적 기형을 지닌 왜소증 환자와 뼈 기형으로 인해 키가 작은 경우에는 고정 장치를 사용해 뼈를 서서히 연장시키는 일리자로프 수술로 키를 키우기도 한다. 종아리에 원통형의 특수 체외 고정 장치와 골수강에 금속정을 삽입한 후 일정 길이를 서서히 연장시키는 방법이다. 뼈를 늘리기 위해 절단한 뼈 사이에 새로운 뼈가 저절로 생겨 채워지게 하는 원리다.
골연장 시술을 끝내는 시기는 사람에 따라 달라서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다양하다. 물론 골연장 수술이라고 해서 원하는 만큼 키를 다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래 길이대비 15% 이상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상대적으로 짧은 정강이뼈를 늘리는 것이므로 허벅지와 종아리의 길이 비율을 맞춰야 하고 근육과 혈관에도 무리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박희완 국제성모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헬스파일] 저신장증·왜소증 치료
입력 2014-06-1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