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 이라크의 석유 생산량은 333만BPD(일 생산 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안에서 사우디아라비아(965만BPD) 다음으로 많다. 이라크 내부 상황이 더욱 불안정해지면 세계 석유 시장에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석유화학을 담당하는 IBK투자증권 이충재 연구원은 13일 개장 전 ‘세계 석유 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 OPEC 총 석유 생산량의 11.2%를 차지하는 주요 산유국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불길한 신호였다. 이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석유가 수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라크는 세계 석유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해온 셈”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라크의 내전이 그간 해외변수로 부각되던 우크라이나 사태보다 국내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자금 흐름이나 유럽연합(EU)의 경기에나 변수가 됐던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달리 이라크발(發) 악재는 유가 흐름과 직결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유가 흐름에 가장 민감한 경제권에 속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수입액 중 이라크의 비중은 9.3%에 이른다. 이 증권사의 박상현 연구원은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이 낮아 이번 사태가 길어질 여지가 높다”며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유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축된 내수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 실적 등 경기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급등하면 국내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고 내수 경기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1거래일 연속 ‘바이코리아’를 하던 외국인은 22거래일째인 이날 결국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어 매도 전환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80포인트(1.03%) 내린 1990.85에 장을 마감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이라크 내 무장단체의 세력 확장 소식에 한때 1980선 초반까지 밀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여의도 stock] 이라크發 악재에… 다시 1990선으로
입력 2014-06-14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