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파문이 거세지면서 문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개최될지 불투명해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즉각 사퇴 및 청문회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있으나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정면 돌파로 맞서고 있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다 해도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의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 정서는 한마디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선 당론은 아니다”고 말했다. 종교를 빙자한 국민비하 발언과 궤변 등을 볼 때 문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대상조차 못 된다는 게 새정치연합의 판단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다면 인사청문회를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 총리 인사청문회 보이콧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있다. 대신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인사청문회를 열어 문 후보자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강력히 비판하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리얼미터의 전날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6%가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순서상 야당 몫인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에는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딜레마다. 법적으로 국무총리 후보자는 반드시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어야 한다. 일단 문 후보자는 “사퇴는 없다”는 강경한 태도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는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은 그때그때 총리실을 통해 적당하게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각종 논란에 대해 공식 경로로 즉각 해명하겠다는 뜻이다.
인사청문회를 열더라도 야당이 부적격 의견을 제시할 것이 뻔하다. 인사청문회 자체가 파행을 겪다가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수도 있다. 인사청문회법 9조 3항은 ‘위원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명동의안 등에 대한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치지 아니할 경우 국회의장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상 새누리당 단독으로 임명동의안 처리도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의석 분포와 여당 반란표 등을 고려하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참사도 발생할 수 있다. 총리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의원직을 상실한 14명을 제외한 재적의원은 286명으로 여야 의원이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14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14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미 당내 초선 의원 6명은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분위기대로면 새누리당 내에서도 30표 이상은 반대표가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사청문회를 열어 두들겨 맞고 본회의장에서도 반란이 일어나면 정치적 후폭풍이 크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이슈분석] ‘文 카드’ 버티기 vs 버리기… 靑-野 줄다리기 팽팽한데
입력 2014-06-14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