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의 침입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남송(南宋)은 1259년 신무기를 고안했다. 대나무 관에 화약을 넣어 탄환을 발사하는 돌화창(突火槍)이다. 돌화창은 가볍고 운반하기 편리해 병사들의 휴대가 가능했다. 유효사거리는 4∼5m에 불과했으나 총성이 200m 밖까지 울려 적을 위협하는 효과가 상당했다고 한다.
돌화창이 유럽으로 전해져 진화에 진화를 거듭, 오늘날 병사들의 필수 화기인 소총으로 발전했다. 개인화기는 병사에게 제2의 생명이다. 적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화기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북군이 미국 남북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도 남군보다 우수한 개인화기에 있었다. 최초의 금속제 탄피를 사용한 북군의 헨리 소총은 연발 사격이 가능한 신세대 무기였다. 남군들은 “양키들이 일주일 내내 쏘는 빌어먹을 소총”이라고 진저리를 쳤다고 한다.
국군의 주력 개인화기는 K2 소총이다. 1984년 생산이 시작된 K2는 M16과 AK47의 장점만 골라 만들어 해외에서도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예비군은 사정이 다르다. 아직도 태반이 6·25전쟁 때 쓰던 구닥다리 카빈 소총을 사용하고 있다. 예비군 부대에서 사용 중인 개인화기 96만여정 가운데 36만여정이 카빈 소총이다.
무거워 휴대가 불편한 M1 개런드 소총의 보조소총으로 미국이 1941년 개발한 M1 카빈 소총은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에서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미국은 6·25전쟁 기간 카빈 소총 100만여정을 우리에게 넘겨줬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카빈 소총을 보유한 국가로 남아 있다.
카빈 소총은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총신을 짧게 만들어 단점도 많다. 사거리가 짧고 명중률이 낮다. 파괴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미군은 1970년대 카빈 소총을 도태시켰다. 유사시 현역과 마찬가지로 전장에 투입되는 전력이 예비군이다. 예비군 전력을 현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무력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2017년까지 예비군 부대에서 쓰는 카빈 소총을 M16과 K2로 교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니 예비군들 사이에서 “우리를 총알받이로 쓰려는 거 아니냐”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게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구닥다리 카빈소총
입력 2014-06-14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