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은 브라질의 아름다움을 총천연색으로 그려낸 한 편의 서정시였다.
13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는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에 앞서 25분간 지구촌 축구 열전을 축하하는 개막식이 펼쳐졌다. 800만 달러(약 80억원)의 예산에 1200여명의 스태프와 660여명의 연기자가 공연을 펼친 개막식은 짧지만 강렬했다.
개막 공연의 주제는 브라질의 자연, 인간 그리고 축구. 첫 번째 테마인 자연에서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풍요로운 아마존을 형상화했다. 아마존을 흐르는 강과 그 주변에서 자생하는 식물들 그리고 원주민의 모습이 다채롭게 그려졌다.
이어 두 번째 테마인 인간에서는 전통 악기 연주에 맞춰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등장해 삼바, 프레보(작은 우산을 들고 추는 춤) 등 열정적인 춤사위를 자랑했다. 브라질의 또 다른 특징인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의미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세 번째 테마인 축구에서는 브라질의 축구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이 64명이 필드에 집결해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 퍼포먼스에는 첨단 의족을 착용한 소년이 시축을 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경기장 가운데 9만개의 LED 전구로 이뤄진 초대형 공은 개막식 공연에 맞춰 시시각각 다양한 영상을 투사했다. 이 중에는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포함해 32개 참가국의 언어로 전하는 환영 메시지도 포함됐다.
마지막 무대는 거대한 공이 쪼개지면서 등장한 핏불, 제니퍼 로페즈 그리고 클라우디아 레이테가 펼친 공식 주제가의 공연이었다. 이들은 개막식에 참가한 모든 연기자와 함께 월드컵 공식 주제가인 ‘우리는 하나’를 열창했다.
6만여명 관중은 개막식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만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대형 전광판에 비쳐질 때마다 가차 없이 야유를 보냈다. 브라질 현지의 반(反)월드컵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월드컵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브라질월드컵] 짧고 뜨겁게… 지구촌 녹인 ‘정열의 25분’
입력 2014-06-1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