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22) 송진희 코이누르 대표

입력 2014-06-16 02:18
송진희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코이누르 사옥 전시실에서 “대를 이어 발길이 이어지는 ‘우리집안 보석가게’로 자리잡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송진희 대표가 3년 동안 제작한 샘플 7개 중 1개(위 사진 왼쪽 세 번째)만 살아남아 특허가 된 하트 모양의 돌반지와 이 반지를 끼고 있는 아기의 손. 코이누르 제공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최상급의 원석을 사용하며 세계 최고의 세팅 기술을 갖추고 있는 ‘티파니’는 177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요.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한국의 티파니’가 되는 순간이 꼭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불혹을 앞둔 송진희(39·서울드림교회) 코이누르 대표는 “긴 안목에서 고객으로부터 당장의 이익이 아닌, 신뢰와 믿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믿음의 기업’으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명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며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맞춤 디자인으로 ‘최고의 제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코이누르’는 세계 10대 다이아몬드 중 하나로 영국 여왕의 왕관에 장식돼 있으며 현재는 런던탑에 보관 중이다. 코이누르를 소유하는 사람이 세상을 가진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우수한 기술력으로 명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돌 반지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설마했다. 돌반지 하나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니 말이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코이누르 사옥에서 만난 송 대표는 사진엽서 2장을 내밀었다. 돌반지를 낀 유아 손가락 사진과 7개의 반지가 나란히 놓여 있는 사진이었다.

“보세요. 7개 반지가 있지요. 사람들은 잘 몰라요. 이 중에서 1개만 제 마음에 들고 나머지 6개는 그렇지 않아요. 샘플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렸고 특허를 내는 데 2년이 걸렸지요. 대충 만들어 팔아 돈만 벌면 되는 게 아니거든요.”

송 대표는 명품은 열정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많은 것을 팔기보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고객에게 딱 맞는 것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고객의 스타일과 성향을 보면 그에게 어울리는 제품이 떠오르지만 다른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선택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그러면 고객의 십중팔구는 마음에 들어하며 다시 찾는다는 것이다.

“한번 실망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때문에 첫눈에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아야죠. 코이누르가 고수하는 원칙은 고객의 사랑을 얻기 위해 끝없이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주얼리와 보석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랑과 열정, 행복과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죠. 아직 친정을 전도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지만요.”

송 대표의 꿈은 보석 감정사였다. 아버지가 심어준 직종이다. 서울 자양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했던 송 대표의 아버지는 딸을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길렀다. 위기가 밀려오면 숨지 말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 1982년 봄이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간 사이 한낮에 세탁소에 불이 나버렸다. 일하던 직공이 그만 기름을 물인 줄 알고 뿌렸다. 방문을 열자 불길이 확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린 송 대표는 책상을 밟고 올라가 고사리 손으로 창문으로 신속하게 빠져나왔다. 그리곤 한 걸음에 문방구로 달려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인에게 “집에 불이 나서 교과서와 연필, 노트 등이 모두 타버렸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할 정도로 성숙했다.

송 대표는 4대째 불교 집안이다. 2000년에 결혼해 1녀 1남을 뒀다. 2008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크리스천들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공기 중에도 하나님이 존재하며 1분1초도, 모든 것이 그분의 섭리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고 송 대표에게 말해줬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는데 신기하게도 또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믿음이 끊긴 자에게 믿음을 더하고, 믿음이 없는 자에게 믿음을 더하고, 믿음이 있는 자에게 믿음을 더하라는 말씀이 들렸어요.” 그 뒤로도 송 대표는 2년 동안 “남편과 가족은 네게 주는 선물이니 희생하고 잘 섬기라는 메시지와 존경하라는 음성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송 대표는 김하중 전 장관이 쓴 ‘하나님의 대사’(규장)를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시댁도 송 대표가 신앙생활을 시작할 무렵 신앙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시어머니가 성경책을 펼쳤고 시아버지도 2011년 간암으로 별세하기 전 예수를 영접했다. 마지막으로 덤덤히 지켜보던 남편마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송 대표는 회사가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길러낸 디자이너들이 소규모 창업에 성공해 동반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는 현재 주얼리 디자인 공부를 하는 사람은 53개 대학에 5500명쯤 된다고 했다. 1년 평균 1650명이 졸업하는데 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5회째 어린이주얼리공모전을 열고 있는 송 대표는 한국에도 유명 디자이너가 많이 나오기를 고대하며 딸과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웨딩 주얼리를 만드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송 대표는 회사를 세운 뒤 지금까지 기술투자에 진력하고 있다. “경영을 하면서 15년 동안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대학생 같은 심정이랄까요.” 늘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송진희 대표

△1975년 서울 출생 △2003년 핸드메이드 코이누르 창업 △2008년 서울드림교회 출석 △2011년 사단법인 웨딩협회 이사 취임 △2013년 ㈔한국소셜네트워크협회 소셜한류사업소 아이디어 디렉터 △2014년 국내 5개 주얼리 브랜드 프로젝트 그룹 THE SHOWCASE LAB-코이누르 갤러리에서 론칭 △2014년 제5회 어린이 주얼리 공모전 개최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