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등번호 ‘10번’의 왼발, 그라운드 갈랐다

입력 2014-06-14 02:05 수정 2014-06-14 14:48

과연 1200억원의 사나이다웠다.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은 네이마르가 지배했다. ‘등번호 10번’ 펠레의 후계자로서 조국 브라질 삼바축구의 구원자가 됐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개최국 부담 탓인지 경기 초반 크로아티아에 밀렸다. 전반 11분 수비수 마르셀루의 자책골로 더 큰 위기를 맞았다.

네이마르도 긴장한 듯 경기 초반에는 몸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전반 26분에는 상대를 쓰러뜨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옐로카드를 받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그러나 네이마르의 진가는 이때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네이마르는 0-1로 뒤진 전반 29분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공을 잡아 재빨리 단독 드리블을 이어갔다. 상대 수비수들은 네이마르의 현란한 개인기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페널티 아크까지 치고 나간 네이마르는 왼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오른쪽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망에 빨려 들어갔다. 크로아티아 골키퍼 스티페 플레티코사가 몸을 날려봤으나 코스가 워낙 날카로워 손이 닿지 않았다.

네이마르의 골이 터지자 침울해 있던 6만여명의 관중석은 그대로 달아올랐다. 경기를 TV로 시청하던 한 상파울루 시민은 수분 동안 폭죽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도 네이마르의 발에서 나왔다. 네이마르는 후반 26분 프레드가 얻은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네이마르는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코너킥 깃대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렸다.

경기가 3대 1 브라질 승리로 끝난 뒤 네이마르는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사실 개막전이 시작되기 전 일각에선 네이마르의 활약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있었다. 축구계 슈퍼스타지만 월드컵 출전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또 최근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은 유독 월드컵에 약하다는 징크스도 그를 괴롭혔다. 세계 축구를 양분하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월드컵에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바 있다. 지난해 브라질 명문 산투스에서 8600만 유로(약 12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적료를 받고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네이마르도 징크스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가장 활약이 뛰어날 것이라고 했던 펠레의 저주도 한몫했다.

하지만 펠레의 후계자로서 삼바 축구의 자존심인 등번호 10번을 단 만큼 위기의 순간에서 조국을 구하며 명불허전임을 입증했다. 네이마르는 또 개막전에서 두 골을 몰아넣으며 브라질월드컵 득점왕 경쟁에서 가장 먼저 앞서나가게 됐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네이마르에 대해 “득점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테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10번 유니폼을 입고 두 골을 넣은 특별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