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전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두 골을 터뜨린 네이마르에 쏟아졌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삼바축구를 지휘한 오스카가 있었다. 오스카의 경기 지배력은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진정한 에이스라고 부를 만했다는 평가다. 오스카는 플레이 메이커로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폈다.
오스카는 13일(한국시간)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크로아티아를 경기 내내 괴롭혔다.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로 공수를 조율했고, 틈만 나면 측면으로 재빠르게 치고 들어가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오스카의 발끝을 떠난 공이 전반 29분 네이마르의 동점골로 이어지면서 이후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직접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오스카와 네이마르는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심장’을 놓고 다투는 경쟁 관계다. 한 살 차이 브라질의 두 신성(新星) 중에선 네이마르가 더 주목을 받는 게 사실이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넘버 텐(등번호 10번)’도 이날 네이마르가 달고 뛰었다. 오스카는 11번이었다. 브라질에서 등번호 10번은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바로 ‘축구 황제’ 펠레의 번호였기 때문이다. 2011 코파아메리카 대회 이후 오스카는 당시 브라질의 유망주 간수를 밀어내고 10번 자리를 꿰찼다. 2012 런던올림픽까지도 10번은 오스카의 몫이었다. 하지만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부터는 네이마르에게 에이스 자리를 내주게 된다. 2013∼14시즌 후반기에는 소속팀 첼시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기대 이하의 모습까지 보였다. 23세에 불과한 오스카를 두고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그랬던 그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통해 ‘영광의 넘버텐’을 뺏긴 설움을 훌훌 털고 거듭날 수 있을지도 이번 대회의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히어로-플레이 메이커 ‘오스카’] ‘삼바 축구’ 새로운 지휘자 떴다
입력 2014-06-14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