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브라질 땅을 밟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스태프의 발길도 바빠졌다. 한국의 공식 선수단은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7명의 코칭스태프와 23명의 태극전사이지만 지원스태프 23명도 함께 움직이며 선수단을 보살피고 있다. 단장직을 맡은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비롯한 23명의 지원팀은 한국의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위해 완벽한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가장 많은 장비는 옷=대표팀 원정 장비의 80%는 옷이다. 특히 브라질은 지역마다 기온차가 심해 4계절용 의류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차윤석 장비담당관은 선수들의 특징을 알고 미리 맞춰준다.
차 담당관은 2004년부터 장비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해 왔다. 선수들의 유니폼 사이즈와 좋아하는 취향을 파악해 그에 맞게 관리해준다고 한다.
옷가지는 유니폼 외에 점퍼와 언더웨어, 트레이닝복, 일상복까지 대략 1인당 30벌 이상이다. 일부 예민한 선수들을 위해 변형된 옷가지를 장만하기도 한다. 박주영의 경우 경기 유니폼 안에 입는 부상방지용 옷인 태클복의 일부를 잘라서 입기 때문에 선수 취향에 맞춰 미리 준비해둔다.
차 담당관은 “선수들이 경기가 있는 날 가장 예민하기 때문에 작은 것에서부터 선호하는 스타일을 미리 알아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류 외에 훈련에 필요한 장비도 만만치 않다. 바람을 넣지 않은 볼과 허들, 필드에 위치를 표기하는 마커와 고무밴드 등이 있지만 코칭스태프의 주문에 따른 용품도 있다. 홍명보호의 경우는 헤딩 연습기와 점프 스텝을 돕는 박스 등이 있다. 장비가 담긴 가방 수량은 큰 가방으로 70여개이고, 총 무게는 3.5∼4t에 달한다.
◇러시아전 메뉴는 된장국=50여명의 전체 선수단 먹거리를 책임지는 조리지원팀은 16강 이상까지의 메뉴가 모두 결정돼 있다. 김형채 조리장 등 2명의 조리장은 호텔 뷔페식으로 진행되는 조식에도 국과 밥은 마련한다. 저녁과 점심 때는 6개의 기본 반찬이 매일 나간다. 대회 기간 국과 메인 요리 70여 가지에 300여 가지의 반찬을 브라질에서 내놓을 계획이다. 매 끼니 메인요리 2개가 오르며 저녁에는 전골 요리가 항상 포함된다. 김 조리장은 “똑같은 요리를 다시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육류와 채소, 과일 등 기본적인 식자재는 대개 현지 한인마트에서 조달한다. “첫 경기인 러시아전 메뉴는 된장국”이라고 소개한 김 조리장은 “2010 남아공월드컵 때도 내 요리를 먹고 16강에 올랐는데 정말 행복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 이상의 성과를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소망을 전했다.
◇마법의 손 의무팀=의무팀은 송준섭 대표팀 주치의를 비롯, 황인우 의무팀장과 전문 트레이너들로 구성된다. 선수들이 훈련이나 실전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을 때 의무팀은 즉각적인 치료와 함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황 팀장은 대표팀에서 ‘마법사’로 통한다. 2012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어깨를 크게 다친 골키퍼 정성룡을 회복시켜 3·4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의무팀은 선수들이 어떻게 다쳤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응급처치도 제대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경기가 시작되면 한 순간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황 팀장은 “치료는 선수들 스스로 한다”며 “나는 그저 선수들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약품부터 의료장비를 모두 포함하면 대략 500여 가지 품목이다.
◇비디오 자주 찾는 손흥민과 이근호=채봉주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상대하는 벨기에·러시아·알제리의 경기 영상을 편집해 이미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했다. 팀당 10경기가 넘는 영상을 상황별·선수별로 정리했다. 채 분석관을 찾아와 다양한 영상을 부탁하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채 분석관은 “가장 자주 영상을 찾는 선수는 손흥민과 이근호”라며 “경기 전체 영상 뿐 아니라 자신이 공에 관여한 장면 혹은 관여해야 하는데 못한 장면까지 요구한다”고 귀띔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브라질월드컵] 훈련복 1인당 30벌·장비 4t… 러시아전 필승메뉴는 된장국
입력 2014-06-1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