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성경 필사본 물려받고 딸에게 물려주기 위해 929일간 필사

입력 2014-06-14 02:51
고원종(56·사진·높은뜻푸른교회) 동부증권 사장은 10년 전 어머니 오수근 권사로부터 성경 필사본을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언젠가 너에게 물려주려고 성경을 필사했다”며 필사본과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에는 ‘네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 믿음을 굳건히 이어가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머니의 필사본은 그의 ‘보물’이 됐다.

고 사장은 얼마 뒤 미국으로 유학 간 딸에게 물려주기 위해 성경 필사를 시작했다. 대학 입학 후 딸은 가족과 석 달 이상 연락을 끊을 정도로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성경 필사를 마친 고 사장은 필사본 첫 장에 이렇게 썼다. “아빠의 모습에서 주님의 향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후회된다. 지난 929일 동안 한 자 한 자를 써보았다. 너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또 너를 위한 기도의 시간으로….” 예고 없이 미국을 방문해 딸 정수(25)씨를 만난 그는 놀라운 고백을 들었다. “아빠, 제가 너무나 힘들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고 사장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게 필사는 기도와 같다. 필사를 하면서 하나님과 대화를 나눈다. 기도를 하면 오래 한 것 같아도 15분도 안 지난 경우가 많은데 필사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웃음)”고 말했다.

또 윤여선(92·전주동신교회) 권사는 일흔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경 필사를 해오고 있다. 슬하의 6남매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에게서 아들, 아들에게서 손녀로 이어지는 신앙의 유산 ‘성경 필사본’들은 CBS가 창사 60주년을 맞아 24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서울 양천구 CBS 사옥 7층에서 여는 ‘성경 필사본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성경 66권이 필사된 12폭 병풍, 두루마리 등 다양한 필사본을 볼 수 있다(02-2650-7930).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