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음악이 꽈광거리며 흘러나온다. 가만 들어보니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는 복음성가다. 순식간에 음악이 끝나자 이번엔 왁자지껄한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진다. 사회자가 “오늘의 주제는 한국교회와 설교입니다”고 하자 한 교수가 발언을 시작한다. 두 마디쯤 했을까. 갑자기 사회자가 끼어든다. “원고 그냥 읽으시게요?” “아니요, 말하고 있습니다”고 한다. 그 교수는 한참을 얘기하더니 “그런데 제가 다니던 신학교에서는 설교를 정의하기를 ‘성언 운반 사역’이라고 했어요” 그러자 청중들은 “우와∼하하” “역시 배달의 민족이네”하며 즐거운 반응을 쏟아낸다.
2012년 5월 20일 방송된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팟캐스트(Podcast) ‘에고에이미’의 2회분 방송 내용이다. 부제는 ‘설교-10년 넘게 같은 이야기?’. 에고에이미는 그해 5월4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10일까지 33회째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에고에이미는 ‘나는∼이다’는 의미의 헬라어.
한국 기독교의 이슈와 신학적 주제를 신학자들과 기독교인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 방송은 ‘한국교회는 보수적인가’ ‘새벽기도’ ‘한국교회 목회자의 세습’ ‘방언은 필수적인가’ ‘이단’ ‘헌금에 대하여’ ‘돈에서 해방된 교회’ 등 다양한 이슈를 다뤄왔다. 지난해 3월부터는 여기서 다뤘던 주제를 책으로 묶어 ‘느헤미야 팟캐스트’ 시리즈를 3권까지 출간했다. 책 뒷면에는 “저희 이상한 방송 아녜요. 그냥 꼭꼭 씹어줄 뿐”이라는 카피를 썼다.
또 다른 팟캐스트 ‘내가 목사다’를 진행하는 김종현 목사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물고기가 바다에 살지만 물고기는 짜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그리스도인은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살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도인 역시 세상에서 벗어나 살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끼리만 교회 안에서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살아야 하고 향기를 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여느 목회자처럼 근엄하게 원고를 읽지 않았다. 친근하면서도 어눌한 듯, 마치 디스크자키처럼 말했다. 반응도 괜찮은 편이었다. ‘내가 목사다’ 홈페이지에는 모두 118개의 댓글이 달려있었고 그중엔 “28년 간 무교로 지내온 남성이다.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 같다”는 반응을 비롯해 “개신교 목사들에게 상처받아 팟캐스트를 전전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기독교 팟캐스트가 인기라는데
교계에서는 비기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3∼4년 전부터 교회와 단체가 설교 등 서비스에 나섰지만 큰 호응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독교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2일 국내 팟캐스트 종합 사이트인 ‘팟빵’에 따르면 순위 100위 안에 기독교 콘텐츠는 모두 5개다. 35위의 ‘내가 목사다’를 비롯해 45위 ‘최 목사의 커피 브레이크’, 56위 ‘내가 복음이다’, 57위 ‘추잡 60분’, 94위 ‘분당 우리교회 주일설교’ 등이다. 이는 1년 전 순위 100위 내에 2개에 불과하던 기독교 콘텐츠가 큰 폭으로 약진한 것이다. 순위는 시시각각 바뀐다. ‘내가 목사다’는 이틀 전인 10일에는 16위에 랭크됐었다.
기독교 콘텐츠의 인기는 불교 관련 팟캐스트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10위), ‘정운현과 혜문스님의 야단법석’(78위) 외에는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0위 내에 CBS 방송의 ‘김현정의 뉴스쇼’(9위),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44위)까지 합치면 기독교 관련 콘텐츠는 모두 7개나 된다.
이 같은 인기 이유는 팟캐스트의 형식과 내용의 독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동현 교회정보기술연구원장은 “목사님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물을 수 없는 주제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최근 기독교 팟캐스트의 인기로 보인다”며 “말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등장해 직설적이며 격의 없이 이야기하는 방식이 어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소통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인터넷 블로그가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이 밴드로 넘어가는 추세는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한다. 팟캐스트는 친밀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원하는 세대에게 끌리고 있다.
설교와 방송에서 벗어난 콘텐츠가 필요
지난해 7월 애플은 팟캐스트 구독자가 10억 명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팟캐스트는 예술, 음악, 취미, 교육 등 다양한 장르의 동영상 및 오디오를 손쉽게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 cast)이 합쳐진 말이다. 애플은 2005년 여름 아이튠즈(iTunes)에서 처음으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팟캐스트는 특별한 방송장비 없이 자신의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꼼수’ 등의 방송이 이 서비스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 800만 개의 콘텐츠가 등록돼 있고, 155개 국가에서 25만 개 방송이 100개 이상의 언어로 제공되고 있다. 아이튠즈가 집계한 기독교 관련 인기 팟캐스트는 240개로 개신교 사이트가 압도적으로 많고 불교 천주교 몰몬교 통일교 등도 포함돼있다. 최근엔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들에서 제작한 콘텐츠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의가 요망된다.
현재 아이튠즈에 올라와있는 인기 기독교 팟캐스트는 분당우리교회 주일설교, 사랑의교회 주일예배 설교, 24시간 찬양 방송-와우씨씨엠, 조엘오스틴비디오팟캐스트, 김남준 목사 음성설교, 손기철 장로, 새로운교회 한홍 목사 설교 등이다.
팟캐스트를 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작은 보통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무엇을 방송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주제가 명확해야 방송을 꾸준히 하면서 청취자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는 콘텐츠 제작으로 일단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녹음과 동영상 기능을 활용한다. 단 저작권이 있는 음원이나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3단계는 완성 파일 올리기로 일반 사용자의 경우는 호스팅 업체를 이용한다. 호스팅 업체는 개인 홈페이지의 서버 기능을 대행해주는 업체들로 일반인들이 콘텐츠만 제작해 공급하면 관리해준다. 무료로 서버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용량과 시간에 제한이 있다. 4단계는 아이튠즈에 등록하는 일이다. 여기엔 애플 아이디와 RSS 주소가 필요하다.
팟캐스트(Podcast)
'손안의 라디오 방송'으로 불리는 소셜 플랫폼이다. 누구든지 방송을 제작, 팟캐스트를 통해 서비스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방송을 무료로 내려받아 들을 수 있다. 아이폰이 뜨면서 알려졌고 지금은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손 안의 복음 방송 인기 끄는 이유… 기독 팟캐스트 볼륨을 높여요
입력 2014-06-14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