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내 영혼 바람되어’라는 노래가 희생자 추모곡으로 널리 불려지고 있다. 이 노래는 실제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만들어져 더 큰 울림을 주는지도 모른다. 작곡자 김효근(53)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일 “2002년 아버지, 2007년 어머니를 잇따라 여의고 젊은 시절 좋아했던 음악에 매달려 만든 노래였다. 두 분 모두 갑작스레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고 소개했다.
가사는 미국의 매리 프라이어(1905∼2004)의 ‘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를 번역한 것이다. 김 교수는 “시는 내게 큰 위로가 됐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원어민에게 그 시를 보여줬다. 그는 한마디로 시로 요약하면 ‘희망(Hope)’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준다는 말이 힘이 됐다. 그는 가사를 음미하며 작곡했고 2010년 처음 앨범에 담았다.
발표 후 여러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 ‘노래를 만들어줘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작으나마 여러분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을 위로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이들이 있다.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 아직 이 노래가 위로가 되긴 이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래 가사에는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라는 부분이 있다. 숨진 이들이 가족 곁에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음대 교수가 아니라 경영대 교수다. 그가 노래를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교회’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봉사했고, 성가대 지휘도 했다. 피아노를 비롯해 여러 가지 악기를 다뤘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시절 록밴드 ‘에코우즈’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있지 않나. 음악을 많이 즐기고 악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사·작곡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81년 제1회 MBC대학가곡제에서 첫 자작곡 ‘눈’을 출품해 대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달 1일 서울 강남구 스칼라티움에서 음악기획자 김산해(35)씨의 제안으로 다른 성악가 146명과 함께 이 노래를 합창했다. 그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았다. 치유의 노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합창은 유튜브 등에 공개돼 있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이 노래를 연주한 디지털 앨범을 발매해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유가족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가족 잃은 슬픔 내 노래가 작은 위로 된다면…”
입력 2014-06-14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