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마녀사냥 말라” NCCK “지명 철회하라”… 문창극 총리 후보 발언 교계 엇갈린 성명

입력 2014-06-13 02:04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두고 교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교회에서 한 발언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쪽과 왜곡된 역사관을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12일 문 후보자가 서울의 한 교회에서 한 “한일합방은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해 논평을 내고 이 발언에 대한 일부 언론의 망언 규정을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한교연은 “문 후보의 발언은 신앙인으로서 성경적 역사관에 입각해 강의한 내용이므로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없다”며 “강연 전체의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만 문제 삼는 마녀사냥식 몰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신앙인인 문 지명자가 교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세상적인 관점으로 비방, 폄훼하는 것에 대해 종교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언론회도 “교회 안(에서 이뤄진)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한 강연에서 기독교적 언어를 사용한 것을 거두절미하고 지나치게 정치적 용어로 바꾸려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총리 후보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NCCK는 보도자료를 통해 “역사에 대한 자신의 자의적인 해석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 마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하고, 남북을 분단시키신 분이 하나님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정권 역시 같은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는 “급속한 시대 변화와 더불어 교회 안의 설교나 메시지도 우리 사회 공적 영역에서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교회라는 공간에서 보호받아왔던 많은 가치들이 신상털기로 일시에 무너져 버린다면 이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재찬 유영대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