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1부 (1)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 ③ 연합기관 재통합 왜 안되나

입력 2014-06-13 02:51
2012년 3월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설립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분열됐다. 한국교회에는 이를 저지할 만한 지도력이 없었다. 분열 이후에도 재통합에 대한 요구가 거셌지만 한기총 지도부의 독주와 이단해제, 한교연의 대화거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 중 한기총의 이단 영입은 한국교회의 재통합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한기총의 잇따른 이단 해제와 영입=1989년 한기총은 기독교연합사업, 이단사이비 대책 등을 목적으로 창립됐지만 2010년 이광선 대표회장 시절 이단 영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연합기관에 불과한 한기총이 교단들의 이단규정을 뒤엎고 면죄부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한기총은 그해 12월 예장 통합, 합동, 고신, 합신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변승우 큰믿음교회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장 통합과 합신에서 각각 ‘재림주 의혹 예의주시’ ‘이단요소가 있어 교류금지’로 규정한 예장 합동복음 장재형(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에 대해서도 ‘재림주 의혹에 대한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한기총의 이단해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1년 2월 취임한 홍재철 대표회장은 그해 9월 예장 통합 등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류광수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 개혁측(조경삼 목사)에 회원자격을 줬다.

주요 교단의 반발은 거셌다. 그해 11월 예장 통합과 고신, 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은 “한기총이 교단 협의체임에도 불구하고 각 교단에서 이단 사이비로 결의한 집단에 대해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교계에선 “이단 해제를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도 개선조짐이 없자 신학대 교수들이 들고 일어났다. 2012년 6월 총신대 장신대 서울신대 등 14개 신학대 교수 207명은 ‘한기총은 다락방 이단해제를 즉각 취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9월 열린 예장 통합 제97회 총회에서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귀신론을 주장한 이단인) 김기동마저 한기총에 이단 해제를 요청했을 정도로 (이단들이) 이단 해제의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개탄했다.

한기총은 교계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면반격에 나섰다. 7월 신학대 교수 207명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연구위원 5명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10월에는 한교연을 이단옹호 연루 친이단 단체로, 예장 통합을 이단연루 교단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 목사와 신현욱 신천지대책전국연합 대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예장 합동에 파직을 요청했다. 한기총의 이 같은 결정은 진 회장과 신 대표가 신천지 등과 법적 다툼을 벌일 때 이단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송자료로 활용됐다.

한기총의 이단 해제와 영입은 거침없이 계속됐다. 지난해 말 예장 통합에서 이단성이 있는 것으로 지목했던 김풍일(구 새빛등대중앙교회)씨를 가입시키고, 예장 합동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평강제일교회(구 대성교회) 박윤식씨에 대한 이단해제도 결의했다.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홍재철 목사 소속 교단이자,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뒤에도 한기총에 남아있던 예장 합동이 결국 한기총을 탈퇴했다.

◇재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이단 문제=한기총과 한교연은 분열 이후 재통합 의지를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이단 문제에 대한 두 단체의 접근법은 전혀 다르다. 한기총은 이단문제에 대해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없는 교회나 목회자를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들이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고 반격해왔다. 이 때문에 한기총이 한교연과 재통합의 방법으로 제시한 ‘선통합 후논의’ 안에 대해서도 이단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많았다. 한교연은 재통합을 위해서는 2011년 제정됐다 폐기한 ‘7·7 개혁정관’을 복원하고 당시의 회원교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영입된 이단들을 회원교단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교계에서는 주요 교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단해제를 밀어붙이고 연임을 강행하는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의 독선과 독주도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지목한다. 먼저 한기총을 탈퇴함으로써 분열에 직접적 계기를 제공한 한교연이 교계에서 확고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정상적 연합기관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한기총의 이단해제와 지도부의 전횡, 그리고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교회정치의 난맥상에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세욱 송세영 유영대 박재찬 신상목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