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신 발로 호출… 승강기가 진화한다

입력 2014-06-13 02:22

1853년 미국의 발명가 엘리샤 오티스는 뉴욕 박람회에서 한 가지 실험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공중에 매달린 엘리베이터 위에 직접 올라선 뒤 연결 케이블을 끊도록 한 것.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지만 오티스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개발한 안전장치 덕분이었다. 곧바로 회사를 차린 오티스는 4년 후인 1857년 뉴욕의 한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사람 전용으로 제작된 첫 엘리베이터였다.

이후 150여년간 엘리베이터의 발전을 이끈 건 초고층 건물이었다. 각국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더 높게’ 경쟁하는 사이 엘리베이터의 진화도 거듭됐다. 서울 잠실에서 123층, 555m 높이로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도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엘리베이터가 들어선다. 하나의 승강로에 위아래로 엘리베이터 2대를 연결한 ‘더블덱(double deck·오른쪽 사진)’ 엘리베이터다. 롯데건설은 12일 “최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완성검사 필증을 취득해 국내 첫 설치 사례가 됐다”고 밝혔다.

더블덱 엘리베이터는 한 승강로에 상하 2대가 함께 움직이면서 상부 칸은 짝수 층, 하부 칸은 홀수 층에 멈춰 선다. 승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줄게 되고 기존 엘리베이터에 비해 2배의 인원을 이동시킬 수 있다. 해외에는 도쿄 롯폰기힐스타워, 중국 CCTV타워, 멕시코시티 페멕스빌딩, 나고야 도요타마이니치빌딩, 홍콩 헤네시센터 등 수십곳에 설치돼 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더블덱 엘리베이터 17대가 설치된다. 전체 64대 가운데 사무실 구간인 14∼38층을 운행하는 15대와 121∼122층 전망대까지 가는 2대가 더블덱 방식이다. 전망대용 엘리베이터는 분당 600m의 속도로 로비에서 전망대까지 1분이면 도착한다. 롯데건설은 “더블덱 17대 가운데 9대는 연기를 차단하는 승강로 가압시스템을 갖춰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구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완공될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에도 더블덱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납품을 맡은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 자사의 테스트 공간(경기도 이천 현대아산타워)에서 독자 기술로 더블덱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오는 26일 문을 여는 63층, 289m 높이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도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여초 만에 꼭대기 층에 오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분속 600m짜리 5대, 분속 480m짜리 8대를 설치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빠른 건 여의도 63시티의 분속 540m 엘리베이터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손 대신 발로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는 ‘터치리스 풋 버튼(touchless foot button·왼쪽 사진)’ 기술도 선보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