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원파, 평신도의 멘토라더니… ‘유병언 영웅화’

입력 2014-06-13 04:06
12일 오전 검·경이 지명수배자를 찾기 위해 구원파의 본거지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내부에 모인 신도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검·경은 이틀째 내부 수색을 벌였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합뉴스

구원파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교주가 아닌 평신도의 멘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오래전부터 그의 영웅화 작업을 진행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12일 입수한 '유람선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자는 유 전 회장의 전기 성격을 띠고 있다. 구원파는 1986년부터 관련 자료를 수집해 2007년 본격적으로 책자 편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명시돼 있지 않다.

바인더로 묶인 200여쪽 분량의 책자는 유 전 회장의 어린 시절을 포함해 유람선 사업 과정, 난관 등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소설처럼 서술하고 있다. 맨 앞장에는 "내부 자료용이기 때문에 외부 자료로 사용할 때는 '유 회장님과 관계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책자는 10여쪽에 걸쳐 유 전 회장의 유년기와 미술적 재능을 다뤘다. "마네킹 업체에서 청소를 해주며 일주일 만에 마네킹 제조법을 알아냈다" "단 하루 만에 8척의 배와 바지선을 스케치했다"라는 식으로 유 전 회장의 능력을 칭송했다. 90년 9월 세모그룹의 유람선 충돌 사건에 대해서는 "유 전 회장이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급히 승용차로 배를 따라가 유람선 안에서 직원들을 구조했다"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책자는 수십쪽을 할애해 "세모그룹이 전두환정부와 서울시 등으로부터 핍박을 받았지만 유 전 회장은 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책자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유 전 회장에 대해 "이상한 종교에 관련된 사람인데 나와 식사도 자주 한다고 온 사방에 떠들고 다닌다"며 "그 회사 유람선은 안 탈 테니 앞으로 그 사람 유람선은 적절히 견제해서 잘라버리라"고 지시했다. 이어 유 전 회장이 어느 날 치안본부 특수수사대에 불려가 취조관으로부터 '대통령 각하에게 누를 끼친 불손한 죄'를 추궁 받았다고 주장했다. 책자는 "그 모두가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87년 오대양사건 이후 세모그룹이 5공화국의 특혜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특혜가 아니라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는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만든 자료이며 완성되면 신도들에게 배포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안성=정부경 양민철 윤성민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