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초선의원 6명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당 초선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든 것은 19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그동안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제대로 못 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문 후보자 논란이 매우 심각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초선의원들의 성명 발표 움직임을 사전에 전해 듣고 “하루만 늦춰 달라”며 설득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변수는 여론이다. 성명을 발표한 새누리당 초선의원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면 문 후보자는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돌출행동으로 비친다면 초선의원들의 움직임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의해 조기 진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진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초선의원에 일부 개혁성향 재선의원이 합류하고, 문 후보자 엄호에 나선 새누리당 지도부와 정면으로 맞설 경우 새누리당은 내분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분위기 급반전되며 성명으로 이어져=문 총리 후보자의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12일 새누리당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문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문 후보자가) 악의를 가지고 (발언)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측면 지원에 나섰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내부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었다. “청와대가 어떻게 이런 것도 검증 안 하고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여기저기서 표출됐다. 김성태 정문헌 의원은 공개적으로 “문 후보자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이 문 후보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오후 들어 급반전됐다.
◇지도부 총출동했으나 성명 못 막아=새누리당 초선의원 8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문 후보자 문제를 논의했다. 일단 문 후보자와 당 지도부의 반응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발표하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오히려 엄호에 나서자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2명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하고 동참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오전에는 모두 10명의 초선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낌새를 눈치 챈 이완구 원내대표, 최경환 전 원내대표 등이 총출동해 초선의원들을 만류했다. 지도부는 “뜻은 알겠으니 성명 발표를 늦춰 달라”고 요구했다. 4명의 의원이 지도부의 설득으로 이름을 뺐다. 하지만 6명의 의원은 성명 발표를 강행했다.
성명에 동참한 한 의원은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만이 박근혜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선 문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은 “오전까지 상황을 지켜봤으나 달라질 것이 없다고 판단해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6·4지방선거에서 ‘달라지겠다’며 국민에게 한 표를 호소한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쇄신하기 위해선 문 후보자를 감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윤해 김경택 기자 justice@kmib.co.kr
“하루만 참아라” 지도부 설득 무색… 초선 6명 “문창극 사퇴” 성명
입력 2014-06-13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