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탈 줄 예상했습니다.”
최근 개막된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한국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긴 조민석 한국관 커미셔너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조 커미셔너는 1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1시간에 걸쳐 전시 준비과정과 현지 분위기 등을 전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인) 렘 쿨하스는 기자회견 등에서 볼만한 국가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한국관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단들도 오랜 시간 한국관에 머물렀기 때문에 수상 소식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커미셔너가 생각하는 수상 이유는 명확했다.
“쿨하스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건축 담론이 일어난 시대와 안녕을 고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선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심사위원단에서 미국과 유럽 건축가들을 배제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새로운 지역에 관심을 뒀는데, 한국관이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큐레이터로 참여한 경기대 안창모 교수도 거들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분단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각각의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서로 다른 역사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도시를 만들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공동 전시가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 커미셔너는 “통일부 장관의 허락을 받고 유엔에 이메일을 보낸 것은 물론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까지 날아간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크리스 마커 등 해외 작가들을 통해 북한의 건축사를 조망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은 정말 가까운 곳이지만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구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황금사자상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한국 건축의 세계화가 한걸음 앞당겨지는 계기가 마련돼 뿌듯하다”면서도 “상을 받은 것에 머무르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중구 태평로 플라토에서 건축전을 열 예정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가관은 전시 총감독인 쿨하스의 제안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근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라는 통일된 주제로 이뤄졌다. 한국관은 ‘한반도 오감도’라는 주제로 남북한 건축 100년을 조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구미 중심 건축 담론과 안녕 시도… “상 탈 줄 알았다”
입력 2014-06-1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