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발표 이후 수정되지 않은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세제 대책은 정부 발표가 ‘리허설’ 정도로 여겨질 정도다. 당·정은 13일 2·26 부동산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의 재수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재수정안 내용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부동산 시장은 이미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불통’의 전형 보여준 2·26 대책 수정 전말=지난 3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26 부동산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수정안 브리핑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부처 합동으로 진행됐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맞춰 전·월세 임대사업자의 과세 강화를 담은 2·26대책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 수정안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정부 기대만큼 부동산 시장은 되살아나지 않자 부처 간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주택업계 간담회에서 “3주택 보유자라도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분리과세하는 게 맞는다”고 재수정 논란의 불을 붙였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 장관의 이 발언에 세제정책을 맡고 있는 기재부는 곧바로 “수정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두 부처 간 조율은 물론 당·정 협의를 통해 확정된 ‘3·5 수정안’이 세 달 만에 재수정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서 장관 발언 이후 국회의 토론회와 당정 협의 등을 거쳐 13일 재수정안은 확정될 예정이다.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연간 임대소득과 상관없이 종합과세(세율 6∼38%)한다는 기존 안은 국토부 주장대로 3채 이상 보유하더라도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땐 분리과세(14% 단일세율)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2주택자의 월세 임대소득 과세도 당초보다 1년 더 늦춰 2017년부터 시행된다. 반면 2주택자의 전세금 과세 방안은 과세 형평성을 강력 주장한 기재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수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결과를 보면 국토부와 기재부가 국회의 중재를 받아 하나씩 주거니 받거니 한 셈이다. 그러나 섣부른 수정안 발표와 부처 간 소통 부재 등이 겹치며 부동산 시장은 4개월여 동안 정책 불확실성에 침체 기로를 걸었다. 당초 6월 말까지 ‘2·26 방안’의 입법을 완료한다던 정부의 계획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발표 무용론=발표 이후 누더기가 된 정부 부동산대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4·1 종합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당초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9억원 이하이면서 85㎡ 이하 주택으로 정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6억원 이하 또는 85㎡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이명박정부 때도 부동산 세제개편 혼선은 어김없이 벌어졌다. 정부는 2009년 3월 야심차게 다주택자 양도세 전면 폐지를 발표하면서 국회 통과와 별개로 대책발표 시점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폐지 여부, 적용시점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면서 2년 한시 적용에 강남 3구 주택에 대해서는 별도 가산세(10%)를 매기는 것으로 수정됐다.
단순함과 명료성이 생명인 세제가 부동산과 접목이 되면 실타래처럼 꼬이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도 시장의 반응 정도에 따라 국회 논의가 이뤄지면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다보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거래활성화는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예 정부 대책 발표 무용론까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정부의 부동산 세제 대책은 ‘울면 젖 준다’ 식으로 수정이 반복되니 일관성 있는 정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믿고 따라가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가 너무 민간의 요구에 맞춰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zhibago@kmib.co.kr
[wide&deep] 누더기 부동산 정책 뒤엔 ‘부처 불통’ 있었다
입력 2014-06-13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