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부진이 심각한데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전선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투자는 여전히 미진한 상황에서 경제를 이끌어갈 엔진들이 하나하나 식어가고 있으니 걱정이다.
환율은 양면성이 있어 원화가치가 오르면 수출 기업들은 불리하지만 수입 업체들은 유리하다. 문제는 환율 하락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17.7원으로 마감됐다. 지난해 말 종가인 1055.4원과 비교하면 3.6%나 떨어졌다. 주요 17개국 통화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지난 9일 1020원대가 속절없이 무너진 데 이어 1010원대를 지키기도 버거워 보인다. 올해 안에 달러당 1000원대가 무너지고 세 자릿수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엔 환율은 지난 3일 100엔당 1000원대가 깨진 이후 990원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원·위안 환율도 지난 2월 이후 9% 가까이 급락했다. 수출 기업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거시경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799억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흑자가 222억 달러에 달한다. 보통 적정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4%로 보는데 6%에 달하니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수 침체에 따른 수입 부진이 경상수지 흑자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자본재 수입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내수경기 진작책이 나와야 한다. 수출에 치우친 경제구조를 내수와 쌍두마차로 굴러가도록 과감한 규제혁파도 시급하다.
국제적인 달러약세 기조에다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밀려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와 마이너스 예금금리 등 통화완화 조치는 글로벌 유동성이 더 밀려올 것임을 예고한다. 정부가 섣불리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간 환율조작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판이니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외국 환투기 세력들을 막을 안전장치는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2011년 도입한 외국환은행 선물환포지션 규제와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부채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외국인 채권투자 이자소득세 과세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해외공장 건설 등 현지화와 결제통화 다양화를 통해 환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수출 중소기업들이 걱정스럽다. 중소기업계는 올해 환율 손익분기점을 달러당 1038.1원, 100엔당 1059.4원으로 봤는데 무너졌다. 이제는 얼마나 환차손을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겠다. 환율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품질로 승부하고 생산성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사설] 경향적 하락추세 환율 변동성 경계해야
입력 2014-06-13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