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자물쇠로 잠그고 소화기는 캐비닛에… 요양병원 참사는 人災

입력 2014-06-13 03:16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효사랑) 요양병원 화재사건은 간호 인력 부족, 소방 안전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전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2일 이번 참사가 병원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으며 간호 인력의 부적정한 배치, 비상구를 자물쇠로 잠그고 소화기를 캐비닛에 보관하는 등 소방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해 발생했다는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방화 피의자 김모(82)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병원의 실질적인 이사장인 이모(53)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의 형인 행정원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으며, 이씨의 아내인 서류상 병원 대표는 불구속 입건됐다. 장성보건소 공무원 2명은 병원 현장점검에서 불이 난 별관 건물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이상 없음'으로 점검표를 허위 작성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로 입건됐다.

이씨가 실질 이사장으로 있는 또 다른 병원인 광주 효은요양병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이 병원 부원장과 간호사 2명도 입건됐다. 이 밖에 소방점검을 허술히 한 점검업체 관계자 2명, 별관 증개축 과정에서 면허를 빌려주고 받은 2명도 입건됐다. 현재까지 모두 14명이 입건됐다.

경찰은 화재 당시 구조대원들이 불이 난 3006호와 가까운 비상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반대쪽 비상구까지 침상째 밀고가 계단을 통해 환자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또 화재 당시 결박된 환자는 2명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간호 인력이 부족했던 것도 참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환자 44명이 입원해 있던 1층에는 의사 1명, 간호 인력 1명이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장성=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