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업체들의 ‘손목 전쟁’이 본격화될 태세다. 초반 기선은 삼성전자가 잡았지만 구글과 애플이 조만간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는 지난해 10월 6일부터 올해 5월 25일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스마트 워치 매출액이 9600만 달러였으며, 삼성전자가 78%를 점유해 1위를 차지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2위는 미국 스타트업 페블(18%)이었다.
삼성전자의 질주는 시장을 선점한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스마트 워치는 페블을 제외하면 소니, 퀄컴 제품 정도다.
특히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3, 갤럭시 S4 등과 기어를 묶음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미국 내에서 애플에 근소한 차이로 뒤진 2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판매 방식이 스마트 워치 판매량 증가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시장이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꾸준히 나온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스마트 워치, 스마트 글래스 등을 포함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올해 33억 달러에서 2017년에는 6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고 꼽을 만한 게 없고 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NPD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20%만 스마트 워치 구매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의사가 있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인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의 시장 진출이 임박해 있어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 특히 애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영역을 만들어낸 만큼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시장을 키워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해외 매체들은 애플이 10월 아이워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애플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지만 6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공개하고 9∼10월쯤 하드웨어 신제품을 내놨던 전례를 보면 이때 아이워치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애플이 iOS8을 소개하면서 ‘헬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공개했고, 개발자들이 건강관리 앱을 만들 수 있는 ‘헬스킷’을 내놨다는 점에서 아이워치 출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에 선수를 빼앗긴 구글은 지난 3월 웨어러블 기기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를 공개한 데 이어 25일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첫 번째 스마트 워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GSM아레나 등 IT 전문매체들은 구글이 이날 LG전자의 ‘G워치’와 모토로라의 ‘모토360’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G워치는 7월 7일쯤 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G워치는 구글 플레이를 통해 온라인 판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기어2, 기어핏 등은 삼성 제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G워치, 모토360은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판 커진 ‘웨어러블 기기’ 시장 애플·구글도 군침
입력 2014-06-13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