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맞아 각국 선수단과 응원단이 브라질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의 나라' '삼바의 나라' 브라질 전역에서는 아직 축제의 열기를 내뿜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전세계 취재진과 응원단이 경기장에 몰리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팬들이 현지에서 싸움을 벌이는 등 벌써부터 팽팽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또한 각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길거리 응원도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월드컵은 13일(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14일까지 계속된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TV와 라디오 생중계 연설을 통해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월드컵 입장권도 지난 5일까지 전체 330만여장 가운데 296만여장이 판매돼 대회 기간 중에는 거의 매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월드컵 동안 외국인 관광객 60만명을 포함해 국내외 관광객이 37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월드컵이 개막됐지만 아직 주경기장이 완공되지 않았고 경기장 주변 모노레일은 잦은 사고를 일으킨 끝에 결국 개통되지 못했다. 월드컵 인프라 부족 현상은 대회 내내 현재진행형이 될 전망이다. 또한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허술한 치안도 각국과 취재진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표팀의 코치진이 무장강도의 공격을 받기 직전 경찰에게 구조되는가 하면 일본 취재진은 월드컵 입장권과 카메라, 지갑 등을 도둑맞았다.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본선 경기가 열리는 12개 경기장에는 군과 경찰이 배치하는 등 치안을 강화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수도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공항, 버스 및 철도 파업과 함께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거나 예정돼 있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축구를 사랑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258억 헤알(약 12조원)을 지출하며 경제 활성화를 꾀했지만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만 고착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극소수 부유층은 월드컵을 이용해 재산을 불렸지만 폭등한 물가와 집값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사회 복지에 써야 할 돈을 월드컵에 낭비한다며 반대하는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진압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상태다.
다만 브라질 국민이 축구를 워낙 사랑하는 만큼 자국 대표팀이 선전하면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월드컵의 리허설 격으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하면서 월드컵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올레! 브라질-브라질] 지구촌 축제 시작됐는데… 국민들은 아직도 냉랭
입력 2014-06-13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