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팔린 ‘敎權’… 여고 교사가 2000여만원 받고 학부모에 시험문제 유출

입력 2014-06-13 16:54
서울의 한 사립 여고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고 시험 문제를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한 사립 여자 고등학교에 수사관 6명을 보내 교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시험 문제를 유출한 교사 민모(57)씨는 자택에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교 국어 교사인 민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A양(19)의 학부모에게서 과목당 수백만원씩 6차례에 걸쳐 2000여만원을 받고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중간·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 및 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민씨는 2012년 1학기 초 2학년이 된 A양 부모와 진학 상담을 하다 먼저 범행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진술에 따르면 민씨는 완성된 시험지를 보여줬다가 돌려받거나 시험에 나올 문제 형식을 알려주며 “미리 풀어보라”고 귀띔했다. 다른 과목의 시험지를 입수하지 못했을 때는 해당 과목 교사에게 찾아가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경찰은 시험지 유출에 가담한 교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민씨의 계좌와 통신기록을 분석한 결과 민씨가 A양 외 다른 학생에게도 시험 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관련 자료 및 민씨에게 시험 문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의 성적표 등을 확보했다. A양은 2년간 민씨로부터 시험 문제를 받았지만 대학 진학에는 결국 실패했다.

고교의 성적 조작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단순히 학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학생들 간의 경쟁인 대학 입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공정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영어 교사가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사설학원에 넘겨줬다가 1·2학년생이 모두 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울산의 한 사립 고교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의 내신 성적을 조작했다 적발됐다. 해당 교장은 전교생 앞에서 사죄의 뜻으로 108배를 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서울 영훈국제중학교와 대원국제중학교가 특정 학생의 합격을 위해 지원자들의 성적을 조작하는 등 입시비리를 저질러 논란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손자를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던 영훈국제중 교감은 검찰 조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