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때문에”… 유럽 택시기사 파업

입력 2014-06-13 02:16
2009년 미국에서 개발된 차량공유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우버가 택시기사 생존권 위협 논란에 휩싸이며 유럽과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런던과 파리 로마 베를린 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영업하고 있는 택시기사들이 11일(현지시간) 우버가 관련 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런던에서는 트래펄가 광장과 버킹엄 궁,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택시기사들이 차량을 멈춘 채 동시에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벌였다. 파리에서도 수백대의 택시가 드골과 오를리 공항 근처에서 저속운행 시위를 했다. 마드리드에서는 택시 1만5000대가 가입된 노조가 12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로마도 우버 이용객이 지불하는 10유로 정도의 요금만 받았다.

택시기사들이 우버에 반발하는 이유는 운행을 하는 데 비싼 면허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밀라노에서 택시면허 발급을 받으려면 최대 16만 유로(2억2000만원)가 필요하다. 프랑스는 24만 유로(3억3000만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우버는 면허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특히 우버 엑스라는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자가용 운전자도 택시와 비슷한 영업을 할 수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우버는 앱을 작동시키면 몇 분 내에 가장 가까운 거리의 이용 가능한 차량과 연결해준다. 저렴한 가격에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 37개국 128개 도시에서 성업 중이다. 한국에는 지난해 7월 진출했다. 최근 실시된 유상증자에서 우버의 기업 가치가 182억 달러(18조6000억원)에 달해 일본의 소니(168억 달러)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런던에서만 3000명의 회원이 우버에 가입했으며 프랑스에서는 1만명에 달한다. 우버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택시의 설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카고를 비롯해 필라델피아와 마이애미 등에서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우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택시기사들의 생존권 투쟁은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