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국가’ 대한민국④] 약물 중독 전문기관 19곳뿐… 치료보호 비율 0.2% 불과

입력 2014-06-13 02:18
경찰이 한 해 검거하는 마약류 사범은 5000명 선이다. 대부분이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범죄로 입건된다. 그러나 단속망을 피해간 중독자들의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마약류 중독자 규모를 검거 인원의 10배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마약류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은 한 해 4600억원에 달한다.

국제 수화물을 통한 밀매 등 구입 경로가 날로 다양해지고 신종 마약류 의약품이 계속 등장하면서 약물 중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독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치료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보호기관은 19곳뿐이다. 중독자는 점점 늘어나는 데 비해 이 문제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치료·관리할 기관은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3∼2011년 검거된 전체 마약류 사범 9174명 가운데 치료보호를 받은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2개월∼1년간 치료를 받는 데 그친다. 이 기간에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중독자들은 다시 약물에 손을 댄다.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마약류 중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도 깊이 침투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은 히로뽕 등 일반 마약보다 구하기 쉽다 보니 일반인들이 빠져들 위험이 크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범죄로 검거된 1630명 중 회사원·사업가 등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 954명으로 59%나 됐다.

더욱이 같은 기간 전체 마약류 사범의 64.4%는 30, 40대였다. 경제적 활동이 왕성하고 사회적 지위가 안정되는 연령층에서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중독 관련 기준을 표준화하고 국가 차원의 중독 치료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