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모금에 적극 나선 가운데 유독 외국계 기업들이 성금 모금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달 20일 세월호 사고 유족 지원 및 국가 안전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성금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경제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공동모금회가 12일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성금 모금에 동참한 기업은 모두 41곳이고, 이 중 외국계 기업은 BMW코리아 1곳뿐이었다.
국내 기업의 경우 두산이 지난달 21일 30억원의 성금을 낸 것을 시작으로 삼성이 150억원, 현대차가 100억원, SK 80억원, LG는 70억원 등 주요 기업이 모두 거액의 성금을 내놨다. 9일까지 걷힌 성금이 887억1500만원(약정 포함)을 기록했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지난 5일 BMW코리아가 10억원을 낸 것이 전부였다.
공동모금회 이외에 세월호 관련 성금 모금을 진행 중인 단체에 확인한 결과 순수하게 기업 차원에서 세월호 성금을 낸 외국계 기업은 지멘스코리아가 대한적십자사에 1억원을 낸 것이 전부였다. 그 밖에 크리스찬디올과 한국니토옵티칼 등은 직원들이 모은 세월호 성금에 회사 차원에서 추가로 기부금을 더했고, JTI나 샌디스크코리아 등은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성금 규모는 400만∼2000만원 수준이었다.
많은 외국계 기업은 한국에서 연간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내고 있다. 특히 성금 모금에 동참키로 한 전경련에는 한국3M, 필립모리스, 한국IBM, 한국HP, 지멘스, 듀폰 등 20여개 주요 외국계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NICE평가정보가 분석한 국내 외국계 기업 순이익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기업은 홈플러스로 당기순이익이 4896억원을 기록했다. 2위는 넥슨코리아(3599억원), 3위는 푸르덴셜생명(2299억원)이었다. 그 외 연간 순이익 순위 10위권 내에는 외국계 은행, 보험 관련 기업들이 있었고, 약 2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외국계 제조업체 중에는 도레이첨단소재, 한국필립모리스, 한국IBM, 한국3M 등이 순이익 순위 9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연간 순이익은 1400억∼1600억원 규모였다.
윤 의원은 “외국계 기업들도 지구촌의 아픔을 함께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랑받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사태에 좀 더 관심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국내서 한 해 수천억 벌면서… 세월호 참사 외면한 외국계 기업
입력 2014-06-13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