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75·사진) 삼성출판사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 200권의 어린이책을 기증했다. 그는 국립춘천박물관과 울산대곡박물관 등 여러 곳에 책을 보내왔다. 2009년에는 삼국시대 유물 10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내놓기도 했다.
지난 9일 서울 덕수궁 중명전의 문화유산국민신탁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출판사 회장이 책 보낸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사방에 알려져 창피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남에게 베푼 것은 잊어버리고 남에게 받은 것이 있거든 잊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내 이름이 자꾸 나와선 안돼요.”
김 회장은 베푸는 데 익숙하다. 삼성출판박물관을 세웠고, 전국의 사립 박물관을 모아 협회를 만들어 숨겨진 소장품들이 빛을 보는 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내가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위원장을 맡았고, 개관한 뒤에도 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어요. 거기 어린이박물관이 참 잘 만들어져 있거든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도 흐뭇합니다.”
요즘 그는 잊혀진 근대문화유산을 되찾아 살리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달에 5000원, 1만원씩 후원금을 모아 근대문화유산을 사들여 문화재청에 기증한다. 이 일을 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시민들을 상대로 서울 옛 도성 답사 등 문화유산에 대한 교육도 실시한다. 이 회장은 “올해 안에 회원 1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자에게도 회원 가입서를 내밀었다. 좋은 일은 널리 권하는 것이 미덕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한 18세기 목판 원판으로 찍은 판화에 ‘베푼 것은 생각 말고(施人愼勿念·시인신물념), 받은 것은 잊지 말라(受施愼勿忘·수시신물망)’는 시구를 써서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김 회장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이가 꼭 이러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김종규 회장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니 나도 흐뭇”
입력 2014-06-13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