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이근호-말근호, 김보경-유재석… 재밌고 친근한 태극전사 별명

입력 2014-06-13 02:41
왼쪽부터 이근호 김보경 구자철 기성용.

“말근호, 마사지 받았어?”

“아니, 조금 있다가 구줌마하고 같이 받으려고.”

말근호? 구줌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바로 태극전사들의 별명입니다. 태극전사들에겐 제각기 별명이 있습니다. 분위기 메이커인 김태영 코치가 주로 작명가로 활동한답니다. 선수들과 코치들이 서로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르다 보면 더 친해지죠.

별명 중에 외모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습니다.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공격수 이근호는 지칠 줄 모르고 잘 뛰어다녀 ‘말근호’라고 불립니다. 키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공중에서 헤딩을 잘해 헬기 이름인 ‘시누크’로 통합니다. 김보경은 방송인 유재석을 닮아 ‘유재석’ 혹은 제2의 박지성으로 꼽혔다고 해서 ‘후계자’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골키퍼 김승규는 만화 ‘둘리’에 나오는 가수 지망생과 비슷하다고 해서 ‘마이콜’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 때 홍명보 감독에게서 ‘꺼벙이’로 불린 골키퍼 이범영은 몸이 좋아 ‘터미네이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격과 관련된 재미있는 별명도 있습니다. 수비수 김창수는 여자 같이 조용한 성격이라 ‘창숙이’라고 불립니다. 일부 후배는 겁도 없이 “창숙이 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은 아줌마처럼 동료들을 잘 챙겨 ‘구줌마(구자철+아줌마)’가 됐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은 동료들에게 영국 축구선수 제라드에 빗대어 자신을 ‘기라드(기성용+제라드)’라고 불러달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그를 ‘깜빡이’라고 놀립니다. 뭔가를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이죠.

코치진도 별명이 있습니다. 김태영 코치는 2002 한일월드컵 때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뛰어 ‘마스크 코치’가 됐습니다. 김봉수 코치는 ‘봉사마’라는 근사한 별명을 얻었죠. 세이고 코치는 일본에서 불리는 것처럼 그냥 ‘세이고 상’입니다.

대표팀에 이렇게 많은 별명이 존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만큼 코치진과 선수들 간의 사이가 좋다는 뜻이지요.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별명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를 들어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골키퍼인 이케르 카시야스는 방귀를 잘 뀌어 ‘스컹크’로 불립니다.

태극전사들은 그저 상대를 놀리려고 별명을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열고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동료에게 은연중에 알리려는 거죠.

이구아수(브라질)=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