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입력 2014-06-13 02:36

버트런드 러셀은 “쉬운 일도 신중히 하고 곤란한 일도 겁내지 말고 해보아야 한다. 첫 고비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능히 할 만한 일을 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에겐 늘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자신감을 잃어버릴 때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두려움은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듭니다. 두려움엔 존재론적 원인이 있습니다. 생명과 더불어 존재하는 죽음 때문입니다. 죽음을 초월할 수 없기에,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우리는 두려움을 안고 삽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고 무덤에 묻히자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 “너희는 세상을 비추는 빛이다. 너희는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다”고 선포했지만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그들은 오히려 모든 희망과 용기를 상실한 채 두려움에 빠져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라는 사실이 발각되면 처형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세상 힘 앞에 무력하고 초라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희망이 안 보이고 미래가 캄캄해 보일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낙심하고 좌절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떻습니까.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제자들이 문을 잠그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 이 세상 거대한 자본과 문화와 권력 앞에 침묵하며 아무런 비전과 희망도 제시하지 못한 채 도리어 세상에 동화되고 있지는 않는지요.

거대해진 세상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교회 안에서만 예수님 뜻을 찾고 교회 밖에서는 세상의 가치에 따라 살아가게 됩니다. 점차 세상을 바라보는 판단력이 상실돼 세상에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도 그리스도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예수님은 오늘 성경을 통해 2000년 전 제자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죽음을 초월하신 주님,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사신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으라. 성령께서 함께하시니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라.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할 것이다.”

사도행전 1장 9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제자들을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되게 한 성령은 지금도 함께하십니다. 지혜와 권능으로 함께하십니다. 이 세상에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사신 주님께서 이 거대한 세상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생명과 사랑의 힘으로 함께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문을 열고 나아갑시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기도합시다. 세상의 높음을 구하지 말고 그것으로부터 고난 받는 약한 자들과 함께합시다. 세상의 자유로움에 취하기보다 그것에 목말라 있는 동포와 통일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다시 소망하게 될 때 교회는 이 세상의 밝은 빛이 될 것입니다.

원종호 목사(춘천루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