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가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과거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 후보자는 2011년 6월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한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강연을 통해 “하나님이 왜 이 나라를 일본 식민지로 만들었느냐고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다. 너희들은 이조 50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분단에 대해서도 “(하나님이) 남북 분단을 만들어주셨다. 저는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자는 우리 역사를 설명하던 중 “조선 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거. 이게 아주 우리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8·15광복에 대해선 “독립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는 “어느 날 뜻밖에 갑자기 하나님께서 해방을 주신 것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한테 일본이 패배했기 때문에 우리한테 거저 해방을 갖다준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나라가 어떻게 전개됐나 훑어보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 고난을 주신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나라는 시련과 도전을 받았지만 또 하나의 기회가 돼 지금 이 나라로 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일제) 36년의 고난을 거친 다음 독립을 (하나님이) 허용하신 거다. 우리가 못난 민족이라 그럴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자는 친일파 윤치호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람은 끝까지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비록 친일을 했지만 기독교를 끝까지 가지고서 죽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강연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이 공식 사과한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문 후보자는 “제주도 4·3폭동사태라는 게 있어서…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 반란을 일으켰다”고 언급했다.
또 일본이 이웃에 위치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와 가지고 경제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지정학적 축복’이라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로서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문창극 “日은 지정학적 축복” “조선민족 게을러”
입력 2014-06-12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