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 제2도시 모술 장악, 터키 총영사 등 납치… 이라크 정부, 의회에 비상사태 요청

입력 2014-06-12 04:03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주요 석유 생산지인 모술이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장악당한 10일(현지시간) 이라크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의회에 요청했다.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가 있는 살라헤딘주를 비롯해 4개주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어 사실상 내전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ISIL은 모술을 장악한 뒤 터키 영사관을 습격해 총영사를 포함한 24명의 직원을 납치했다. 모술 지방의회 바샤르 키키 의장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국영 TV에 출연해 ISIL이 영사관을 공격한 사실을 확인하고 영사관 직원들이 인질로 잡혀갔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후세인 처형 이후 집권한 시아파와 정부에 반대하는 수니파의 갈등이 심화되어 왔다. 정부군과 ISIL의 대치가 반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이라크 전역에서 각종 테러로 올해만 5000명 이상이 희생됐다. 특히 시리아 남부지역 일부와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팔루자에 이어 이번에 모술까지 장악한 ISIL은 지나친 공격성 때문에 알카에다조차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ISIL은 이라크 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고 논평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모술의 악화된 안보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