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편지로 나눈 70대 시인과 30대 가수의 우정

입력 2014-06-13 02:14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75)와 화학자이면서 가수인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9). 2007년 미국 플로리다에 살던 마종기와 스위스 로잔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루시드폴은 54통의 편지를 나누며 친구가 됐다. 타지에 사는 외로움. 이 공통분모는 두 사람을 잘 엮어 주었다. 각자의 사소한 삶을 나누며 대중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 줬던 두 사람. 세대를 뛰어넘은 이 소통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사람이 지난 해 봄부터 다시 1년 여간 편지를 나눴다. 시간이 흘러 루시드폴은 한국에 정착했고 마종기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편지를 나누는 도중 마종기는 루시드폴의 소극장 콘서트를, 루시드폴은 마종기의 북콘서트를 오가며 대면했다.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여 주는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우정이 아름답다.

조국, 예술, 가족, 인간관계, 자연과 사랑 등 우리네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에 대한 두 예술가의 통찰도 엿볼 수 있다. 간결한 문체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편지글은 한 편의 시처럼 구절마다 곱씹게 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잔잔한 기타 선율도 흐르는 듯하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