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평민 이신의 조선 위정자들에 대한 복수극

입력 2014-06-13 02:10

소설은 전쟁 중 청나라에 끌려갔던 주인공 이신(李臣)이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이신은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착한 백성. 그러나 정묘호란 때 가족과 함께 청에 포로로 끌려가면서 인생은 달라졌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 이신은 조선에 홀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다른 이름으로 살기 시작한다. 이씨 왕조의 신하라는 이름을 버리고 다른 왕을 섬기는 이신(貳臣)이 된다. 그리고 그는 조선의 위정자들을 향해 서늘한 복수극에 나선다.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유령’의 작가 강희진이 3년의 준비를 거쳐 내놓은 역사소설 ‘이신’의 이야기다. 역사소설이지만 영웅은 없다. 승자만을 기억하는 역사 속에서 작가는 패자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러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작가는 “조선이 겪은 이토록 당혹스러운 역사를 독자들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과오는 있으나 책임이 없는 ‘문명인’들의 모습을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이 같은 역사는 비록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우리 시대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무책임한 지배세력의 자세도 통탄스럽지만 400여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이 통탄스럽다”고 꼬집는다.

서윤경 기자